[뉴스토마토 산업1부]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산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 공포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정상적인 경제·경영 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어서다. 특히 유가와 밀접한 정유업계와 경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 조선·자동차 업계에 대한 우려가 큰 모습이다.
10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9일(현지 시간) 하루 동안 20% 이상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4.6% 떨어진 31.13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합의가 불발된 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 조짐까지 나타난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국제 유가 급락으로 당장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정유업계다. 정유사들은 통상 2~3개월 전에 사둔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데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 가치가 떨어져 재고 평가 손실이 늘어난다.
이번 급락 이전에도 국제 유가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정유사의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었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재료인 원유 가격 하락이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유가의 변동성이 크고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는 게 문제다.
정유사 관계자는 "절대적인 원유 가격보다 방향성이 중요한데 유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언제 반등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불안한 상태"라며 "무엇보다 수요가 살아나야 하는 데 지금은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일(현지 시간) 올해 국제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9만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앞서 IHS 마킷 등 시장조사업체들도 석유 수요 위축을 예상했다.
조선업계도 걱정이 크다. 조선사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유가가 떨어지면 화주인 에너지 기업 실적에 부정적이라 선사도 타격을 입고 그 영향은 조선사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타격이 우려된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이어져 자동차 구매 수요가 악화할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출을 주로 하는 중동과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자동차 구매도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런 시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 19 여파에 국제 유가 하락 충격이 더해지면 판매가 가파르게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원화 가치 하락하는 것도 실적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유가 민감도가 낮기는 하지만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해상운임이나 항공료를 포함한 물류비, 일부 석유를 원료로 한 재료비 등에 여파를 줄 수 있어 국제 원유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