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1. 지난해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시청자 투표 조작 의혹과 관련해 제작진이 재판에 넘겨졌다. 안모 프로듀서 등은 연예기획사 관계자에게서 향응·접대를 받고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2. 2015년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과 관련해서는 박치근 전 경남FC 대표이사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대표는 2만여명의 주소록을 이용해 김해, 진주, 합천지역 주민 2507명의 주소와 이름, 서명을 서명부에 허위 기재한 혐의를 받았다.
현재 진행되는 대부분의 서명운동(청원)은 이처럼 중복·허위 참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투표, 서명운동 결과의 신뢰도는 의심받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탄핵 반대 청원의 사례에서는 탄핵 청원 숫자 조작, 관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미래를 여는 청년변호사모임이 청와대 국민청원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투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17일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기업들은 투표 조작 등을 막는 데 블록체인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투표·여론조사는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돼 누구나 과정과 결과를 검증할 수 있고, 중앙화된 기관이 없는 게 특징인데, 업계는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가 신뢰성을 크게 높여 공정성 시비를 줄이는 등 사회적 비용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인플러그는 블록체인 기반 투표·조사 서비스 더폴(THEPOL)의 베타 버전을 이달 중 오픈한다. 더폴은 자사 DID(Decentralized ID) 기술을 활용해 투표자 익명성을 보장한다. DID는 개인의 신원 정보를 중앙 기관이 관리하지 않도록 하고, 사용자 동의 없이는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 개인 정보를 파악할 수 없도록 하는 차세대 ID 기술이다.
블로코 또한 DID 기반 투표 웹서비스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블로코 관계자는 "오픈 플랫폼 개념의 서비스와 기업 고객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 등 투트랙 전략"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경우 노조 관련 투표, 주주총회 투표 등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IT기업인 더봄에스는 한인사회를 타깃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더봄에스는 재외 한인회를 위한 모바일 SNS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다. 한인사회에서는 선거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소송까지 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총영사관 등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선거 수요가 많다고 더봄에스 측은 설명한다.
이외에도 모 기업은 이번 4·15 총선 출구조사에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는지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이달 초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시민 제안 안건을 투표하는데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한편 대규모 전국 단위의 공적 선거를 제외하면 커머셜 서비스 레벨에서 블록체인 투표·여론조사는 광범위하게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블록체인기업 고위 관계자는 "공공 쪽에서는 선거관리, 투표결과 공개 등 선거법과 관련해 법적으로 해결돼야 할 요소들이 있다"며 "이를 제외하면 아파트 입주민 투표, 기업 주주총회 등 상용 서비스 수준에서는 블록체인 투표가 충분히 확대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투표소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