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금주부터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신임 행장들이 지휘봉을 잡는다. 어수선한 조직분위기를 다잡고 코로나19로 떨어진 수익성, 건전성 관리까지 함께 고민해야 해 임기 첫 해부터 어깨가 무겁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농협은행은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각각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와 손병환 농협은행장 내정자를 최종 선임한다. 과제가 산적한 만큼 권 내정자는 임기 시작 한 달 전인 지난달 17일부터 현황 파악·경영 준비를 위해 출근길에 나선 상태다. 손 내정자도 지난 20일 이사회로부터 최종 검증을 마치고 업무 준비에 들어갔다.
권 내정자는 차기 행장 추천 6일 만에 남창동 우리은행 서울연수원에 마련한 외부 집무실로 출근했다. 우리은행에 쌓인 과제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제재 처분으로 사모펀드 관련 신규영업이 오는 9월4일까지 정지돼 있다. 라임펀드 판매 문제와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도 제재 가능성이 열려있다.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는 권 내정자에 1년 임기를 통보하기도 했다. 권 내정자는 "직원들이 상호 신뢰하고 불안감과 초조함이 들지 않도록 취임 후 이들 자신감을 세우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 내정자도 내부기강 안정화라는 과제가 우선적으로 주어졌다.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이 지난 2일 갑작스레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에 따른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됐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로, 농협금융은 중앙회가 100% 출자한 단일주주 지배구조다. 직원들도 다음날 아침에서야 소식을 전달받았을 만큼 내부 혼란이 컸다. 이에 농협금융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가동 11일 만에 차기 농협은행장을 사실상 결정, 빠른 조직 불안 잠식을 바랐다.
새 행장들에게 주어진 외부 환경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가 떨어진 데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올해 은행 수익성 악화는 이미 예고됐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018년 4분기 1.69%에서 작년 4분기에는 1.46%까지 하락했다. 연초 금융사들은 올해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최근 그 두 배인 50bp가 낮아졌다. 코로나19 확산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예단하긴 이르지만, 금융권에선 전망 대비 은행 NIM이 3~5bp 정도 추가 하락을 점친다. 건전성도 이르면 내달부터 그 여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에서 두 신임 행장들은 실적을 통한 성과내기에도 나서야 한다. 특히 지난해 농협은행은 전년 대비 24.1% 증가한 1조51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 전 행장이 '박수칠 때 떠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이러한 기저효과는 손 내정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편 오는 31일에는 이문환 전 BC카드 대표가 케이뱅크 2대 행장으로 선임된다. 자본확충 해결이 당면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칼자루는 여전히 국회가 쥐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KT는 케이뱅크에 1조원대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지난 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주부터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새 행장들이 지휘봉을 잡는다.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 내정자와 손병환 신임 농협은행장 내정자. 사진/각사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