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 절벽이 현실화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분기 수출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기존 예상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울산 5공장 투싼 생산라인을 멈춘다. 울산 5공장은 북미 지역 등으로의 수출 물량을 생산하는 주력 공장이고 투싼은 코나, 아반떼와 함께 현대차의 수출을 이끄는 차종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사진/뉴시스
투싼과 코나는 각각 25만~26만대가량 수출되면서 국내 완성차 중 최다 수출 차량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투싼은 올해도 지난달까지 5만대 가까이 수출되면서 수출 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아차는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소하리 1·2공장과 광주 2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기아차는 지난 10일 노조에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고 조만간 휴무 여부와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소하리 1공장은 카니발과 스팅어, K9, 2공장은 프라이드와 스토닉, 광주 2공장은 스포티지와 쏘울을 생산한다. 모닝과 쏘울, 스포티지, 스토닉 등은 투싼과 마찬가지로 기아차의 주력 수출 차종이다.
국내 공장 가동 중단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승용차 판매는 99만여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유럽은 52.9% 줄었다. 시장별로 보면 이탈리아가 85%, 스페인과 프랑스가 70% 안팎 축소됐다. 영국과 독일도 40%가량 감소했다.
제네시스 G80과 아반떼 등 신차들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내수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 비중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기아차는 80% 이상을 해외에서 판매했다.
미국과 유럽의 수요는 2분기기 내내 침체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순이나 말에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지난다고 가정하면 다음 달 초·중순 정도는 돼야 해당 지역 딜러 영업이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영업재개 후 신차 수요가 급격한 반등을 보이지 않은 중국 사례를 보면 미국과 유럽의 신차 수요는 7월이 돼야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이 반영되면서 현대·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가파르게 하향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8990억원, 4275억원으로 3개월전보다 30% 이상 낮아졌다. 현대차 4000억~5600억원, 기아차 2000억원 안팎 등 현재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