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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반년 남은 이동빈 수협은행장, '공적자금 조기상환' 결국 빈수레
임기내 4분의1도 못갚아…규제완화에 기댄 안일한 경영탓
입력 : 2020-04-20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공적자금 조기상환'이라는 공약을 앞세웠던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결국 성과 없이 빈손으로 물러나게 생겼다. 임기 만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금까지 갚은 돈은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익성 악화로 자기자본 비율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배당금은 오히려 반토막났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지난 3월13일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 2018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발행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은행은 대출을 늘릴수록 떼일 위험이 있는 자산이 증가하는데 그만큼의 자기자본을 늘려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수협은행의 지난해 말 BIS비율은 13.59%이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BIS비율은 0.87%포인트 올라 14.46%로 개선할 것으로 추산된다. 수협은행은 2017년 이 행장 취임 이후 외형성장을 위해 대출 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렸으나 위험가중자산도 빠르게 증가했다. 수협은행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3조950억원으로 2017년 말 대비 2879억원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위험가중자산은 3조4880억원 늘었다.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 상환의무 지고 있는 수협은행 입장에선 BIS비율 관리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상환금액을 늘릴수록 성장여력이 줄어드는 이유에서다. 현재 수협은행의 공적자금 상환 누적액은 지난 2017년 126억원을 시작해 2018년 1100억원, 2019년 1320억원 등 총 2546억원이다. 올해 수협은행은 상환을 위해 전년 대비 62% 줄어든 500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배당금 축소에는 신종자본증권 등 과거에 발행한 부채성 자본에서 규제자본 인정금액이 매년 1000억원 수준 빠지는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배당금 급감에는 지난해 순이익이 2192억원으로 전년(2303억원) 대비 111억원 감소한 영향이 크다. 좋은 실적으로 순이익이 증가하면 상환의무 이행과 자기자본 성장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수협은행의 성격은 지난 2016년 수협중앙회에서 분리 때부터 상수로 여겨졌다. 이 행장이 2017년 10월 취임과 함께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무관하지 않다. 그 해 12월 진행한 수협은행 출범 1주년 기념사에서 그는 "5년 내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위해 연간 3000억원 수준의 세전이익을 달성하겠다"고 목표치를 설정한 바 있다. 
 
배당금 급감과 실적 악화가 금융당국의 규제 종료 시기와 맞물리면서 수협은행의 자구 노력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수협은행은 금융위원회 예대율 규제 완화 종료시점에 맞춰 특판 등 단기간 예수금 확보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협은행의 예수금 이자는 5571억원으로 전년(3886억원)대비 1685억원 증가했다. 수익성 악화도 뒤따라 순이자마진(NIM)은 1.40%로, 0.36%포인트 하락했다. 4대 은행 평균 하락치(0.13%포인트)에 3배를 웃돈다. 금융위는 수협은행의 상황에 비춰 작년 10월 예대율 완화 조치 2년간 유예하기도 했다.
 
올해 은행업은 저금리·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을 이유로 수익성 악화가 예고됐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여파가 가증하면서 수협은행의 수익성은 작년보다 뒷걸음질 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수은행의 경우 최고경영자 임기 말에 '빅배스(big bath)'를 진행해 다음 경영진의 성과를 부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빈 수협은행장(사진 가운데)이 지난달 27일 최근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사진/수협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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