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금융사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더욱 늘어났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보상,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시대적 숙제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사가 취해야 할 역할론은 한층 더 까다로워진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든 DLF 사태는 은행 업계가 정체성 혼란에 빠진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기관이냐, 금융회사냐', '모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겸업주의냐, 핵심에 집중하는 전업주의냐' 등의 논란이 불거졌고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전통적인 은행에서 탈변화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받았다.
금융사의 대표적인 곳, 은행은 정부로부터 면허권을 받아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금융기관이면서 동시에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해야 하는 금융회사로 분류된다. 은행을 금융기관으로 볼 것인가, 금융회사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오래된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국내 은행에 요구되는 역할은 '회사'가 아닌 '기관'이 더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금융업권인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가 크다. 정부도 이 같은 추세에 금융사의 책임을 한층 더 요구하고 있다. 최근 취임 2주년을 맞은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금융사와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취임 두 달 후 2018년 7월 금융감독혁신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가 여러 금융업권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비자보호장치를 만들고 감독하는 과정에서 금융사들과 전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입김이 거세지면서 피로도는 물론, 경영전략마저 좌지우지 되자 부담이 한층 더 커졌다는 입장이다. 특히 키코·DLF 제재 등 법적 지적까지 뛰어넘는 압력을 가하며 역할론을 주문,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반응이다.
향후 금융사의 역할론은 한층 더 요구받을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서 21대 국회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등 문정부의 시각이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19, 20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으로 활약하고 21대 국회에서는 정무위원장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과 금융소비자법 개정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의원은 "현행 금소법이 너무 약하게 통과된 측면이 있어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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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