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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당하는 '외교부'

2024-03-29 08:56

조회수 :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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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외교부 청사 2층 브리핑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14시 30분 진행되는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 
 
영상 카메라 1~2대와 비출입사 기자 3~4명, 출입기자단 1~2명을 제외하면 모두 외교부 공보팀 사람들. 대변인의 브리핑과 질의응답에 소요되는 시간은 채 10분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대변인의 브리핑은 대부분 장관의 일정 설명 뿐일때가 많고, 질문이 있어도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검토해 나갈 것 입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의 반복입니다. 외교에는 상대국이 있으니, 상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난달 1일 일본 군마현에 있는 강제동원 조선인 추도비가 산산조각 났을 때도 외교부는 "한일 간의 우호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며 "일본 측과 필요한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감 표명도 없었고, '필요한 소통'이라는 게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일본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가해의 역사를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했습니다. '필요한 소통'의 결과가 역사 왜곡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런데 최근 브리핑실에 기자가 늘었습니다. 동시에 외교부 대변인의 말도 늘어났습니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딱 한 달 전인 2월 27일,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오늘은 먼저 발표할 사항이 없습니다'가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26일 브리핑에서는 대변인의 발표 내용이 늘어났습니다. 논란이 된 이종섭 주호주대사 관련 일정 공개였습니다. 이 대사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명분이 무엇이고, 왜 그가 한국에 체류하며 공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었죠.
 
앞뒤도 명분도 맞지 않는 이 대사의 귀국을 억지로 설명하다 보니 외교부 대변인의 말이 늘어난 겁니다. 사람은 곤경에 처하면 생각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말 없던 외교부 대변인의 현 처지가 그렇습니다.
 
전례 없는 출국과 귀국, 한·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한국에서 준비하는 주호주대사, 대사의 장기간 국내 체류, 외교부가 도대체 어떤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외교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사태의 원인은 이 대사를 임명한 윤석열정부와 총선을 위해 급히 귀국시킨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있으니까요. 
 
외교부에서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을 겁니다. 지난 7일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밝힌 말입니다. "외교부 소관 사항이 아닙니다. 유관부서에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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