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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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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혐오

2025-03-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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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모임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중국 내정간섭 반대'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 정세가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는 듯했던 두 개의 전쟁은 아직 한 치 앞을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은 기존의 국제 질서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역사책에 박제됐던 '비상계엄'을 꺼내든 윤석열씨로 인해 온 나라가 헌법재판소(헌재)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벌써 100일을 넘겼지만 혼란은 되레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주로 예상되는 윤씨에 대한 탄핵 심판의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지금의 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기각 또는 각하라는 판단이 나오면 '2차 계엄'에 대비해야 합니다. 적어도 헌재가 2차 계엄을 책임질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결국 인용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문제는 혼란입니다. 뿌리 깊게 박힌 혐오에서부터 발생할 혼란입니다. 국론분열도 문제지만 깊게 박혀버린 혐오의 그늘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출발점 역시 윤씨입니다. 
 
그가 늘 입에 달고 살던 '반국가세력'은 사실 '종북'에 한정됐습니다. 그런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탄핵 소추안이 늦어지는 사이 혐오의 뿌리는 중국으로 확산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담화에서 '중국인 간첩'을 언급했고, '중국산 태양광' 등을 언급하며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그 뿌리는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퍼졌습니다. 북한만을 외치던 이들에게 중국이라는 또 하나의 혐오 소스를 제공한 셈입니다. 중국 혐오는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더욱 넓게 퍼져갔습니다. 단순히 극우 유튜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근거리에 있는 지인들도 중국의 내정간섭을 이야기합니다. 말도 안되는 부정선거의 배후도 중국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외교는 '국익' 실현을 위한 관계의 정립에서 시작합니다.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는 외교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상회담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실리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반중' 대신 대화를 선택한 겁니다. 
 
혐오의 대상이 된 중국을 포기한 채 외교전략을 짤 수는 없습니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예고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안정을 이끌고 올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는 단순히 혐오가 아니라 실익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근거 없는 혐오를 멈추고 현실을 봐야 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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