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제공. 뉴시스)
국민의힘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정치권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이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이들은 조기 대선에 관한 의견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대권 행보만큼은 야권보다 더 요란합니다. 일각에서는 '세몰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사실상 대선 행보를 시작한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인물은 지난 12일 국회에 나타난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꼽힙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홍준표 대구시장도 보수 잠룡으로서 상당히 활발합니다. 아주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오 시장이 국회에 나타난 날 국회도서관은 '팬클럽'을 방불케 했습니다. 오 시장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날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해 48명의 의원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원 전 장관도 보수 세력에 '생존신고'를 했습니다. 헌법재판소 흔들기에 함께 올라탔습니다. 보수 세력에게 자기는 '배신자'가 아님을 어필한 거죠. 홍 시장도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신년 덕담을 나눴다'고 합니다.
세 인물은 당내 시선을 의식해 조기 대선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합니다. 오 시장은 "조기 대선은 헌법재법소 결론 후 논의해도 늦지않다"고 말 합니다. 원 전 장관은 "공정한 재판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 복귀가 우선"이라고 밝혔고요. 홍 시장은 일찌감치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잠룡들의 행보는 왜 이렇게 어수선하고 법석스러울까요. 누군가는 몰래하다 걸리고,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행동으로 비치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는 윤석열씨를 옹호하고 뒤에서는 잇속만 챙기자는 모습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노골적인 모습으로 대선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윤 씨가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세 인물이 다음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그 다음 대선에서 이들 중 누군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미리 '자기 세력'을 다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 감동적인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럴 때가 아닙니다. 조용히 '생존법'을 모색할 때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