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출항한 정몽규호 4기가 집행부 구성을 완료했습니다. 파격으로 불린 이번 인사의 핵심은 광주FC 이정효 감독을 축구협회 이사에 임명한 점입니다. 이 감독은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아온 인물입니다.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하는 K리그1 구단 4개 팀 미디어데이에서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각오를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감독은 현장 중심의 지도자입니다. 광주FC를 이끌며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공격적이고 조직적인 축구를 구현해 팀을 K리그1 상위권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팬들은 그의 직설적인 화법과 솔직한 소통 방식에 환호했습니다.
특히 팬들은 이 감독이 축구협회와 K리그 운영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모습에 신뢰를 보냅니다. 그의 이사진 합류는 축구협회가 현장과 단절됐다는 비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사진으로서 그는 상징적 인물이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감독의 합류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축구협회의 구조적 문제는 단번에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협회의 의사결정 권한이 정몽규 회장과 집행부 핵심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 회장은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국고 보조금 논란, 팬들과의 소통 부족 등으로 비판 받아왔습니다. 일부 팬들은 이 감독의 합류를 정 회장이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쇄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입니다.
이 감독이 이사진으로서 얼마나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그의 의견이 협회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의 합류가 작은 변화에 그치더라도, 축구 팬들은 그의 첫걸음이 축구협회 쇄신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