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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혜

대한민국의 전족문화

오늘 부는 바람은 / 시선

2016-10-11 09:31

조회수 : 5,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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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발 아파.” 
 
올해 여름 초, 신발가게에서 원피스랑 잘 어울릴 것 같은 연분홍색 구두를 보고 딱 맞는 사이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매해버렸다. 사이즈가 맞지 않은 탓에 처음에 몇 번 신고 발이 아파 잘 안 신었다.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 창밖을 보니 날씨가 화창하다. 이런 날 원피스에 구두를 신어줘야지. 발이 아팠던 기억을 깨끗이 잊고 내 손은 이미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구두에 가 있다. 오랜만에 신어서 그런지 예전처럼 불편하지 않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햇살도 좋고 구두도 예쁘고.
 
친구와 삼청동에 왔다. 삼청동 길을 지나다 보면 잘 꾸며놓은 가게들과 카페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구두를 신고 왔다는 사실도 잊은 채 한동안 재밌게 놀다가 내 몸 어디선가 아픔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나. 구두 때문에 발이 아파져 온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고통스럽다. 
 
“우와, 진짜 예쁘다. 야, 여기 들어가 보자”
 
친구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들리지 않았다. 날씨도 좋고 맛있는 것도 먹었지만, 기분은 좋지 않다. 그냥 발이 너무 아프다는 생각뿐.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날씨와 꼭 맞는 삼청동의 분위기도 지금 내게 중요하지 않다. 발이 너무 아프다.
 
전족, 중국의 옛 악습이다. 3~6세 여자아이의 발가락 하나하나를 발바닥 방향으로 접어 헝겊으로 동여맨다. 그리고 구부린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은 뒤 5년 동안 사이즈를 늘리지 않는다. 발뒤꿈치에서 발끝이 10cm인 것이 이상적. 그 사이즈를 맞추기 위해 중국 소녀들은 걸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다. 전족은 여성을 안방에 가두어 놓고 남성의 성 욕구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전족을 하지 않은 여성들은 미의 축에 끼지도 못했으며 결혼도 하지 못했다. 현재, 이 악습은 다행스럽게도 사라졌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전족’이 존재한다.
 
 
사진/바람아시아
 
 
키168에 몸무게 48kg,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몸매. ‘365일 다이어트 중’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듯 여성들은 사회가 만든 ‘구두’에 자신의 몸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언제부터 ‘살 빠진 것 같아.’라는 말이 칭찬이 되었다.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6대 도시 20대 여성 500명 중 응답자의 82.2%가 다이어트를 했고, 58.8%는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라고 답했다.  내 주위 친구들 또한 그렇다. 같이 모여 다양한 다이어트 법을 공유하고 시도해본다. 20대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거나 식사량을 줄이거나 식사를 건너뛰는 방법을 주로 택한다고 답했다. 또 하루에 세 끼를 챙겨 먹는 비율은 20%밖에 안 된다. 한 끼만 먹는 여성이 19.6%, 두 끼 먹는 여성이 59.8%다.
 
 
사진/ SBS 캡쳐
 
 
인터넷 연예 뉴스를 살펴보면 여자 연예인들의 몸매에 관한 내용이 즐비하다. “얼굴은 청순한데... 반전 글래머 몸매” , “파격적인 드레스에 드러나는 글래머 몸매” , “어마어마한 볼륨몸매~ 노출은 덤”
 
‘글래머’란 육체가 풍만하여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을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글래머라는 단어는 특정 부위 빼고의 날씬함을 의미한다. 글래머, 글래머러스한 몸매 또한 여성에게 하는 칭찬이다. 바라는 것도 많다.
 
‘짜증나... 또 쪘네.’
 
체중계에 두 발을 올리고 숫자를 바라보니 어제보다 더 많이 나간다. 저녁이 먹기 싫어졌다. 저녁을 먹지 않은 채 텔레비전을 켠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모두 말랐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배가 고프지만, 전신거울에 선 채 내 모습과 텔레비전 속의 연예인을 비교해본다. 차마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살 빠졌네.’ ‘날씬하네.’ 라는 칭찬을 듣기 위해 오늘도 굶주린 배를 안고 잠에 든다.
 
 
 
김나운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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