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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국가미래연구원)"위기의 은행, 대형화보다 경영관리가 더 중요"

금융업, 체질개선 안하면 더 위기 …은행, 갈수록 수익률 떨어져

2016-12-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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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들의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부실대출로 인한 대손비용도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만 그런 것이 아니다. 보험업 역시 손해보험은 지급보험금 급증으로 인한 부담이 크고, 생명보험회사는 과거 고금리 상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역마진으로 인해 적자를 보고 있다. 투자수익율도 저금리 탓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마땅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금융업 과연 이대로 좋은가?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의 진단을 들어본다.
 
국내 은행업의 현황
 
2015년 말 현재 국내은행 17개, 외국은행 지점 31개가 국내에서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금융권역별 총자산은 4608조원이며, 이 중에서 은행업은 52.6%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국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인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2015년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2009년 58위 이후로 하락 추세로, 2014년 80위에서 2015년 87위로 곤두박질쳤다.
 
2015년 기본자본(Tier1) 기준 글로벌 주요 은행 숫자에서도 100대 은행에 속한 은행은 6개이며, 50대 은행에 속해있는 은행은 없다. 또한 총자산순이익률(ROA) 0.16%, 자기자본이익률(ROE) 2.14%로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국내은행의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볼 때 높지 않으며, 국내 수익률도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형태의 수익원 찾아내야
 
근래 들어 은행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은행들의 대손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게다가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하락은 불가피하다. 반면 각종 수수료인하와 카드수수료 인하 등으로 비이자부분의 이익은 감소하거나 정체상태를 보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이자수익부문에서 현실적인 수수료 변화가 필요하다. 2015년 수수료 관련 이익 구성을 살펴보면 미국 상업은행의 경우 은행 고유업무 관련 수수료 비중이 높은 반면, 국내은행은 방카슈랑스, 수익증권 판매 등 업무대행 수수료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미국 상업은행의 경우 은행 고유업무(예금계좌 수수료 포함) 관련 수수료 비중이 86.8%로 높지만, 국내은행은 경기상황에 민감한 수익증권판매, 방카슈랑스 등 업무대행수수료 비중이 33.4%로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업무대행 수수료 확대를 위한 다양한 교차판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새로운 형태의 수익원을 찾아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6월, ICT·금융 부문간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혁신과 은행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성패를 예단하기 어렵다. 오히려 빅데이터 활용이나 핀테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해외 은행들은 은행 내 거래데이터, 상담이력, 소셜미디어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대출자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모델을 도입하는 추세다.
 
대형화보다 경쟁력 확보와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
 
외환위기 이후 총자산 기준 은행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등 대형화의 추진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금융회사는 인수합병을 통해 높은 총자산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대형화가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존재한다. 이러한 대형화는 경영관리 능력이나 리스크관리 능력, 지배구조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300조 규모 자산의 금융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국내경제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부분은 기업부채와 가계부채이지만, 그 중 가계부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업부채는 2014년 8.4%, 2015년 7.7%씩 증가하였다. 기업부채가 10% 증가 시, 국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감소한다. 가계부채는 2014년 6.7% 증가, 2015년 9.3% 증가했으며 가계부채 10% 증가 시, 국내 경제성장률은 0.363%포인트 감소한다. 최근의 가계부채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증가는 은행의 경쟁력을 낮출 뿐만 아니라 리스크관리 능력을 낮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국내 금융회사는 외환위기 이후에 사외이사 제도 등을 도입했는데,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의 영향력으로 인해 독립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일부 사외이사는 전문성이 부족해 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금융지주회사나 은행에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나타나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CEO리스크 발생은 외부의 공정한 감시가 작동하지 않는 취약한 지배구조와 내부감시장치의 작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진 감시장치의 하나인 사외이사 제도를 두고 있지만, 경영진이나 대주주 영향력 아래 있는 인사 등을 사외이사로 앉혀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부 금융회사는 대주주 없이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선임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서 외부 영향력을 차단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리스크관리 능력 중심으로 자격요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학력, 재산 등의 내용을 제외한 리스크관리 능력 중심의 경영진 선임절차 및 선임결과를 공시하고, CEO 공모제와 함께 사외이사 공모제를 고려해 경영진과 이사회가 상호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며, 그 선임과정도 투명하고 공정하도록 공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보험업의 현황
 
2015년 말 기준 국내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생명보험회사 25개, 손해보험회사 31개에 달한다. 생명보험사는 2006년 22개에서 3개가 증가했고, 손해보험사는 29개에서 2개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융권역별 총자산은 4608조원이며, 이 중 생명보험업은 724조9000억원, 손해보험은 226조1000억원으로 총자산의 15.7%와 4.9%를 차지하고 있어, 은행업 다음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경영내용을 살펴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재무건전성 강화, 수익률 제고, 판매채널 선진화, 상품자율화, 보험사기 방지 등 여러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재무건전성과 관련된 부분은 보험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수익률 개선 난망, 중소형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취약
 
전반적으로 보험업은 보험영업에서 적자를 시현하고, 이를 투자수익으로 만회하는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은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으로, 손해보험은 지급보험금 급증으로 인한 부담이 각각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생명보험회사는 보험영업에서 과거 고금리 상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역마진으로 인한 적자를 보고 있으며, 투자수익률도 저금리 탓으로 크게 감소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해보험회사는 자동차보험의 만성적자를 일반보험과 장기손해보험에서의 수익으로 보완하는 구조를 나타낸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공동으로 영위하고 있는 제3보험(질병상해)에서 실손의료보험의 지급보험금 급증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2015년 보험회사의 ROA는 0.69%, ROE는 6.99%를 나타내고 있다.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위험기준자기자본(RBC, Risk Based Capital)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국내 보험업감독 규정에서 100%이상 유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1.5배에 해당하는 150%를 유지하도록 보험회사에 권유하고 있다. 2016년 6월말 보험회사의 RBC 지급여력비율은 생보사 평균 297.1%, 손보사 평균 269.1%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선도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가장 양호한 반면, 흥국생명, DGB생명, KDB생명, 현대라이프, 한화손보, KB손보 등 중·소형사들은 200%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발등의 불
 
재무건전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이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에게는 발등의 불이다. IFRS4 1단계에서 부채적정성평가는 전체 보험 상품별로 발생하는 결손금과 잉여금을 상계토록 하고 있으며, 상계해 발생한 결손금은 책임준비금계정에 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한다. 그러나 2단계는 국내 보험회사에 적용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으로 부채시가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제도 도입 시 부채가치 시가평가, 재무변동성 확대 등으로 보험회사의 자본 확충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생명보험회사를 중심으로 보험업은 금융당국에 IFRS4 2단계 연기를 강하게 건의해왔으며, 금융당국도 국제적 동향을 주시하며 보험업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2016년 10월 한국회계기준원(KAI)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SAB)에 IFRS4 2단계 도입 시기를 최종 기준서 확정 후 5년으로 할 것을 공식 요청하기로 하였는데, 최종 기준서가 2017년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도입 시기를 그 이후 3년(2021년)으로 할 것으로 제시하고 있어, 이번 한국회계기준원의 요청이 수용된다면 IFRS4 2단계 도입 시기는 2023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은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보험사의 위험을 전사적이고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지급여력기준 강화 및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급여력비율 강화와 IFRS4 2단계로 인해 보험회사의 자본 확충 부담이 이중으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계적인 기준강화와 제도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보유계약의 장래손실에 대응하는 장래이익을 가용자본으로 부분적이나마 인정해 위험기준자기자본 비율 급락을 막을 필요가 있다. 여기에 보험사의 자본 확충이 용이하도록 보험회사의 후순위채권발행이 용이하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보험업의 수익구조 개선
 
2015년 국내 보험회사의 ROA는 2012년 미국과 일본의 생보사 ROA 각각 1.0%와 0.3% 등 글로벌 보험회사 ROA와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생보사의 경우 이익 대부분을 사업비차익에서 시현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신계약 위주의 영업 드라이브로 인한 해지환급금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초까지 판매한 고이율 상품에서 비롯된 이차역마진을 사업비차익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이차역마진이 심한 생보사일수록 신규 계약자가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를 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생보사의 이익이 주로 위험률차익에서 실현되고 있는데, 이는 사업비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집행하되, 보험고유의 기술인 사망률에서 충분한 마진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위험률차익을 충분히 시현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자율화와 가격경쟁이 보장돼야 한다.
 
국내 가계부채가 1300조원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지난 11월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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