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밴드사 기록한 다큐멘터리처럼 '10주년 그린플러그드'
이른 더위 날린 록 사운드…미숙한 운영 방식은 '옥의 티'
입력 : 2019-05-19 14:25:19 수정 : 2019-05-19 14:25:1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8일 오후, 서울 난지공원. 선선하니 날이 제법 좋았다. 향긋한 바람이 코 끝에 와 닿았다. 
 
푸르른 잔디 위로 파스텔톤 돗자리들이 걸려 있다. 먼 발치에서도 록 사운드가 심장 박동처럼 요동쳤다. 맥주 든 이들은 두 팔 벌려 음악을 맞는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뮤직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이른 더위를 날리는 '록 열기'가 한창 예열 중이었다. 셔틀에서 내려 입장 팔찌를 차고 입장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무대에 서 있다.
 
"저희가 햇수로 따지면 올해 20년이 된 밴드인데요. 올해 그린플러그드가 10년을 맞았다니, 감회가 참 새롭네요."
 
2000년 결성해 꾸준히 활동 중인 밴드 트랜스픽션. '음악으로 관통하겠다'는 밴드명처럼 이제는 국내 록 마니아들을 '관통'하는 대표 장수 밴드가 됐다.
 
2002년 1집 'TF' 타이틀곡 '내게 돌아와'로 이름을 알린 밴드는 2006년 월드컵송 '승리의 함성'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불가능은 없다('Nothing is impossible')'거나 '날개를 펼쳐 꿈을 찾으라('Get Show')'는 긍정의 노래들도 록 마니아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저희가 1회 때부터 매년 이 페스티벌에 출연해왔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뛰는 밴드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10년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희는 늘 뛰어 다니거든요. 뛰는 게 그리울 땐 저희 트랜스픽션을 찾아주세요!"
 
그린플러그드 무대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결코 시간이 멈추어 질순 없다 yo~!' 트랜스픽션 스타일을 접목시킨 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가 거대한 스피커에서 일렁였다. "자 이제 정말 뛰는 노래들만 이어집니다" 관객들이 돗자리에서 용수철처럼 무대 앞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분열된 사회에서 하나를 말하고('ONE'), 이른 여름의 휴식을 선사하는('Aloha') 시간들. 일찌감치 이른 더위를 날려 버리고 있었다.
 
트랜스픽션이 끌어올린 열기는 후배 밴드 딕펑스가 이어받았다. 2006년 결성해 슈퍼스타K4 준우승을 차지한 밴드는 2015년 군 전역 후 무대를 오랜 만에 다시 밟았다. "저희도 1회 때부터 출연했거든요. 낮 12시 쯤 무대에서 발라드를 부를 때 고고보이스 형님들이 저희를 지켜보곤 했어요. 감회가 새롭네요."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밴드는 화음으로 관객들을 가르기 시작했다. 곡 '그 1'에 앞서 베이스와 건반, 드럼 각 악기 파트 앞에 놓인 관객들에게 파트별 화음 강좌를 했고, 완벽한 하모니로 이끌었다. 
 
'Speacial', 'Big Girl', '걍', '좋다 좋아'…. 대표곡들의 밝고 신나는 멜로디가 관객들을 하나로 화합시켰다. 
 
밴드 피아 무대.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0주년을 맞은 그린플러그드를 추억하는 한편, 척박해진 오늘날 음악 환경에 대한 아쉬움이 공존했다. 
 
올 가을 각자의 길을 가는 밴드 피아의 무대는 신났지만, 그래서인지 더 아련했다. 멋진 베테랑 뮤지션 포스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그들을 향해 관객들은 눈물을 머금고, 웃음지으며, 곡이 끝날 때마다 엄지를 치켜 들었다. 곳곳에선 '사랑의 밴드'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었다. 보컬 옥요한이 마무리 인사를 하려다 울음을 삼켰다. 이제는 '가족'인 멤버 베이스 기범이 대신 마무리를 했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저희는 밴드 피아였습니다." '백색의 샤'가 흐를 때, 촉촉한 눈가를 닦은 관객들이 양 손을 좌우로 내저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헤드라이너 넬도 분위기를 이었다. 'DECOMPOSE'부터 '습관적 아이러니', '유령의 노래', '판타지', '소멸탈출' 등 총 15곡을 이어간 그들은 10주년을 맞은 그린플러그드에 감사를 전했다.
 
"척박하다고 보면 볼 수 있는 한국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 밴드를 위한 무대를 만들어온 그린 플러그드 측에 감사를 드립니다." 
 
밴드 넬의 무대.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밴드 음악이 알려지기 힘든 환경, 그 황무지의 땅에서 10년을 이어온 축제. 이제는 선후배 밴드들이 관객들과 그 고단한 10년을 함께 추억하고, 아쉬움을 달래며, 화합하는 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땀과 눈물, 웃음'으로 점철된 밴드들의 10년사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 것처럼 흘러갔다.
 
축제는 음악 외에도 '환경'과 '지구'를 지키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지난 10년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 일환으로 음원 '말 없는 축제'도 발표했다. 선배 밴드 YB를 중심으로 크라잉넛, 국카스텐, 딕펑스, 로맨틱펀치, 로큰롤라디오 등 총 11팀이 뭉쳐 1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다만, 이날 축제의 옥의 티라 한다면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 방식이었다. 푸드존에서는 전기가 끊겨 대기줄이 넘쳐나는 사태가 발생했고, 귀가길 관객들은 셔틀버스를 제대로 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0주년의 의미를 새기는 것도 좋지만 운영진은 10년 간의 운영 촉수를 관객들의 미세한 불편에까지 뻗어야 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에는 쇄신한 페스티벌이 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린 플러그드 서울'은 오는 19일 2일차를 이어간다. 로맨틱펀치, 로큰롤라디오, 위아더나잇, 잔나비, 피터팬컴플렉스, 죠지, 소닉스톤즈, 빈지노 등 20팀이 등장한다. 국내 대표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과 국민그룹 god가 헤드라이너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린플러그드 10주년 음원에 참여한 가수들. 사진/그린플러그드 조직위원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