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와해 수순…"각자도생도 험난"
계열사들 "큐텐 그룹 차원 기대 불가능"
내용 증명부터 매각 추진까지
떨어진 기업 가치…각자도생도 가시밭길
2024-08-05 16:39:50 2024-08-05 16:58:05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큐텐 그룹이 사실상 와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모회사에 대해 미수금을 돌려받기 위해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이례적 사태가 발생하는 가 하면, 이 같은 사단의 장본인인 구영배 대표에 대한 불신 증폭으로 개별 매각을 추진하는 등 큐텐 계열사들은 각자도생에 여념이 없는 모습인데요. 큐텐 그룹의 경우 사실상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고객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은 데다, 기업 가치도 워낙에 떨어져 있어 자구책 마련이 험난하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내용증명 발송한 인터파크 커머스…개별 매각 타진 나선 티메프
 
5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큐텐 측에 미수금을 돌려받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이 지난해 3월 지분 교환을 통해 인수한 이커머스 업체이며, 산하에 인터파크쇼핑과 도서, AK몰 등을 두고 있습니다. 기존에 빌려준 대여금과 판매 대금 약 650억원을 돌려 달라는 것이 골자인데요.
 
자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에 대여금 반환 내용증명을 보내는 경우는 업계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일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적 절차도 불사할 정도로 모회사와의 결별에 방점을 찍은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 소비자들이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티몬과 위메프 역시 개별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독자 경영과 기업 매각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는데요. 티몬 류 대표는 서울회생법원의 심문 기일 출석 자리에서 "큐텐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별개로 정상화 노력을 하겠다"며 "대형 투자사를 상대로 투자 유치와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위메프 류 대표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티몬과 위메프의 영업손실이 누적되는 실정에 이를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구영배 대표에 대한 불신 증폭…피해 회복 요원
 
업계는 이 같은 큐텐 계열사들의 각자도생 움직임을 두고, 미정산 사태가 터진 지 2주가량이 소요됐음에도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구영배 대표의 행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특히 와해 수순을 밟는다 해도 내상이 심해 피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는데요.
 
이는 결제·고객관리(CS)·제휴 파트너사들이 거래를 중단한 데다 환불에 대한 정산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와 판매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에 회생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까닭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중개업자나 마찬가지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티몬과 위메프는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며 "믿을만한 대주주가 나타나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고 대대적인 쇄신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 한 시장에서 회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티몬과 위메프 등은 모회사인 큐텐과 구영배 큐텐 대표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누군가가 지분 확보를 통한 자금 융통 경로를 뚫어줘야 이번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티메프 사태를 회사 입장에서 보면 현금 유동성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브랜드 인지도와 비즈니스 모델이 있지만 현금이 부족해 소비자 환불과 판매자 정산이 안 된 것"이라며 "현금 유동성 위기를 극복해 지속 가능한 상태까지 끌어올리면 회생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검찰은 5일 세 번째 압수 수색에 나서는 등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입니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서울 역삼동 큐텐 본사 사무실과 티몬, 위메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재무·회계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검찰은 지난주 이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확보할 자료가 많아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주 이시준 큐텐 재무 본부장을 소환 조사한 검찰은 압수물 포렌식 작업을 진행한 뒤 구영배 큐텐 대표 등 경영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전망입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