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아침에 윤석열 대통령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구경했다. 주민들이랑 악수도 하고 갔는데, 우리 단지를 먼저 방문한 만큼 선도단지가 되어 빨리 재건축이 되길 희망한다.”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5단지 풍림삼호 아파트에서 만난 60대 한 입주민은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는 4월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대표 등과 함께 백송마을 5단지 지하주차장 및 세대 내부를 살펴보고 신속한 재건축을 약속했습니다.
백송마을 5단지 모습.(사진=백아란기자)
정부는 임기 내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첫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까지 선도지구를 지정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절차 없이 재건축에 돌입하는 한편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 용적률도 최대 500%까지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조합원 분담금·공사비 부담 커…지역별 양극화도 우려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임기 내 착공을 약속한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의 경우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음에도 취임 1년 반을 훌쩍 넘겨서야 특별법이 겨우 통과된 데다 도시의 재구조화 방향, 단계별 정비계획을 담은 기본 방침과 기본계획 또한 올해 하반기는 돼야 윤곽이 보이는 만큼 ‘신속한 재건축’ 약속이 4월 총선을 겨냥한 선거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특히 주택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조합원의 분담금이나 공사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단지별 적용되는 특례 적용 기준이 다를 경우 지역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산동구에 거주 중인 30대 박모씨는 “재건축 단지 추가 분담금과 금융비용이 얼마가 될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 펀드나 신도시 정비 전용 보증상품 같은) 정책이 나오더라도 사실상 대출일 텐데, 일산에 사는 사람들은 노년층이 많은데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백송마을5단지 입구.(사진=백아란기자)
호재에도 시장은 잠잠…장기적 관점서 접근해야
실제 지난해 말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통과 이후에도 1기 신도시 지역의 집값 변화는 잠잠한 상황입니다. 부동산R114의 신도시 주요 지역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1월5일 기준)을 살펴보면 평촌이 0.04% 하락했으며 파주운정, 산본, 분당 등의 변동률은 없는 상태입니다. 일산의 경우 전세값이 –0.04% 떨어졌으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4주 연속 보합에서 0.01% 하락 전환했습니다.
일산 백석동 일대 부동산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택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1기 신도시 특별법에도 문의가 많은 편은 아니다”면서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속도가 나는 게 좋긴 하지만, 정책 발표에 따라 오르다 실망매물이 나온 게 한두번이 아니다 보니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소 역시 “여전히 수요보다 매물이 많은 편”이라면서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매물을 살 계획이면 장기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조회시스템에 따르면 백송5단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12월 4억9500만원(14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는데 이는 직전 거래인 11월(5억원)보다 하락한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6억3200만원(2021년12월)에 견줘 22% 하락한 실정입니다. 현재 해당 면적 호가는 5억원 초반에 형성돼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선도지구 지정과 내년 나올 특별정비계획 수립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합니다. 올해 하반기 선도지구를 지정해 정비 모범사례를 제시할 계획인 만큼 선도지구에 선정되는 곳의 경우 사업성을 따질 수 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기 신도시는 정비사업의 모범사례와 롤모델 역할을 할 선도지구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며 “사업 추진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사업 지원이 예상되므로 해당 아파트 단지에 대한 수요자 관심과 자산가치 기대가 상당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의 관건은 인허가보다 개별 소유주나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이라며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가 단지별로 얼마나 적용될 지 아직 미정이므로, 막연하게 미래가치를 기대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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