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난 12일 금요일에 찾은 기업교육 전문기업 휴넷. 평일인데도 사무실 풍경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당직자들만 사무실을 지킬 뿐 대다수는 자리를 비우고 '마이데이'라는 이름의 자유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휴넷은 지난 2022년 1월 주 4일 근무제 시범 운영을 한 뒤 같은 해 7월부터 주 4일 근무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기업인데요. 매주 금요일마다 연차 소진이나 급여 조정 없이 온전하게 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회의·문서작업 줄이고 '일잘러' 도약" "우수인재·양육자 만족도 높아"
휴넷이 한순간에 주 5일 근무제에서 4일 근무제로 돌아선 것은 아닙니다. 주 32시간 근무를 실현하기 위해 휴넷은 차근차근 준비해 왔습니다. 2019년 말부터 주 4.5일 근무제를 실시하다가 2년 뒤 주 4일 근무제로 확대했습니다. 또한 내부 사업도 재정비했습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주 4일 근무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며 "그 전에는 여러 사업을 벌였는데 기업교육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출판,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교육사업, 영영업컨설팅 등을 분사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휴넷 본사 모습. 금요일은 휴넷의 '마이데이'로, 당직자를 제외하고 업무를 하지 않는다. (사진=변소인 기자)
시행착오를 겪으며 주 4일 근무 방법도 바꿔왔습니다. 당초 주 4일 근무제 시범 도입 시에는 직원이 평일 중 원하는 날 하루를 쉬게 했습니다. 그러자 팀원 간 날짜 조율과 타 부서와의 협업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우리는 협업이 많은데 자율에 맡기다보니 문제가 발생했다"며 "금요일로 쉬는 날을 정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직원들도 전혀 부작용 없이 따라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휴넷은 회의, 문서작업을 줄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사내 곳곳에 '일잘러(일잘하는 사람) 비법'을 붙이고, 급여를 100% 받으면서 근무 시간은 80% 줄어들더라도 성과는 100%를 내자는 '100-80-100'을 강조하며 생산성 향상을 도모했습니다.
그 결과 근무일이 줄어도 휴넷의 생산성과 매출은 모두 뛰었습니다. 선택과 집중 전략 덕에 분사 이후 연봉인상률은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매년 매출 목표액도 커지고 있습니다.
제조업에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주 4일 근무제를 자동문 전문 기업 코아드는 과감하게 도입했습니다. 2022년부터 3월부터 주 4일 근무제를 시작했습니다. 코아드는 1년 중 주문량이 많아 성수기로 꼽히는 11월~2월까의 4개월을 제외한 8개월 동안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합니다. 제조업 특성에 맞춰 주 4일 근무제를 적용한 것입니다.
이대훈 코아드 대표는 "제조업에서는 최초 주 4일 근무제다. 2년마다 16일씩 쉬는 리프레시 휴가를 더하면 1년에 거의 절반은 쉬는 개념이 된다"면서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고 직원을 더 뽑으면서 주 4일 근무가 가능해졌다"고 했습니다.
이들 업체는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 결과 중소기업의 고질적 난제인 우수 인재 영입이 쉬워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갔고 부가적으로 생산성도 뛰었습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양육자들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주 5일 근무제 회귀로 논란…임금 삭감 부작용도
중소기업의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항상 평탄하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한 영어온라인 교육업체는 올해부터 주 4일 근무제 시행에 돌입했는데요. 단, 급여를 기존 대비 20% 삭감했습니다. 직원들과의 의견 조율 없이 통보식으로 무급 휴가 식의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내부 반발이 극심합니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요동치는 상황이기에 직원들은 이직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 4일에서 주 5일 근무제로 돌아가면서 논란을 낳은 기업도 있습니다. 에듀윌이 대표적인데요. 에듀윌은 지난 2019년 6월, 교육업계에서 처음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하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며 2022년부터 일부 부서를 시작으로 다시 주 5일제로 돌아갔습니다. 이로 인해 노사 간 갈등이 증폭되고 이직자가 늘기도 했습니다.
여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4.5일 근무제 수준을 고수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시몬스는 2019년부터 매주 금요일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4시간만 근무하는 '하프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2022년부터 격주 금요일마다 '재충전 휴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쉼의 몰입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주 4일 근무에 준하는 경험을 축적해 오는 등 일과 삶 모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HR아웃소싱 및 취·창업지원 전문업체 메이크인은 올해 4.5일제 도입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메이크인은 2021년에 오후 1시에 출근하는 '포근데이'를 도입했습니다. 2021년에는 한 달에 1번, 2022년에는 한 달에 2번, 2023년에는 한 달에 3번으로 포근데이를 늘려왔습니다. 4년차인 올해는 한 달에 4번 포근데이를 적용해 주 4.5일제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경기가 여의치 않아 고민이 깊습니다.
최현권 메이크인 대표는 "전체 직원 중 절반이 직업상담사다. 이들은 대면 업무가 주를 이루기에 포근데이를 실시하면 그 시간만큼 상담을 물리적으로 못 하게 된다"며 "지금은 리더들 80%가 주 4.5일 근무제 본격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좋은 인재가 들어오면 생산성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부 일자리 사업 위탁에 관한 평가도 잘 받을 수 있어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며 "주 4.5일 근무제 시행을 통해 관련업계 1세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업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희망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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