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애플이 아이폰 카메라 기능 강화를 위해 삼성으로부터 '잠망경' 렌즈를 수급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만약 양사간에 계약이 체결될 경우 기존 아이폰 카메라 모듈의 주요 공급사인
LG이노텍(011070)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기 잠망경 렌즈(폴디드줌) 소개 영상 갈무리. 사진/삼성전기
1일 기즈모차이나 등에 따르면 애플이 차기 아이폰13의 카메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채용할 잠망경 렌즈 공급사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잠망경 렌즈 기술에 가장 앞서 있는
삼성전기(009150)로부터 공급받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잠망경 렌즈를 적용한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 울트라, 화웨이 P40 프로, 메이트40 프로, 비보 X50 프로플러스, 오포 파인드 X2 프로 등 일부 모델 뿐이다. 특히 갤럭시 S20 울트라의 경우 1억800만 화소 메인 렌즈에 최대 100배줌까지 지원하면서 '괴물 카메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애플은 카메라 성능을 높임과 동시에 디자인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늦어도 2022년 출시 아이폰에는 잠망경을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잠망경 렌즈는 빛을 굴절시켜 렌즈와 센서를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배치한 카메라를 말한다. 프리즘을 통해 빛을 굴절시켜 렌즈와 이미지센서를 수평으로 만들어 카메라가 스마트폰 본체보다 튀어나오는 이른바 '카툭튀'를 개선하면서도 고배율 광학줌 적용이 가능해진다.
잠망경 렌즈를 상용화한 기업으로는 삼성전기와 중국의 써니옵티컬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서도 삼성전기가 가장 앞서 있다. 당초 이스라엘 카메라 설계기업 코어포토닉스가 선두 업체였지만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모듈 양산을 성공시켰다. 관련 특허도 대부분 삼성 측이 가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들어 애플의 렌즈 공급사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도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납품해왔지만 렌즈를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망경 렌즈로 인해 양사 간의 협업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애플이 잠망경 렌즈를 실제로 채용한다면 현재 아이폰 카메라 모듈 최대 공급사인 LG이노텍의 경우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 역시 잠망경 렌즈를 개발하고 있지만 코어포토닉스가 가진 핵심 기술 관련 특허가 제동을 걸고 있다. 코어포토닉스는 애플과 LG이노텍을 상대로 아이폰에 적용한 듀얼 조리개 줌 카메라 등 각종 특허 침해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잠망경 렌즈 채용에 대한 애플 고객들의 요구가 충분히 있는 상황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앞선 삼성전기의 제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LG이노텍에는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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