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우체국의 신용카드 진출 선언에 대한 카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는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우체국 "농어촌 카드 보급" VS 카드사 "포화 시장에 또?"
우정사업본부는 지방 농·어촌 지역에 사는 고객들이 신용카드를 민간업체를 통해 발급할 때 불편이 크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대부분의 민간 은행과 카드회사들이 대도시 위주로 점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
남궁민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우체국은 점포의 95%가 군 단위 이하 지역에 있는 반면 민간 금융회사는 이 비율이 5% 정도밖에 안된다"며 "국민 편익 측면에서 보면 우체국의 금융사업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본부 측은 금융당국 인허가 절차와 관련법 수정 등을 거쳐 오는 2020년까지 카드사업의 진출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기존 카드 업계는 이미 포화 상태인 신용카드 시장에서 지방 농·어촌에 신용카드 서비스가 보급이 안돼 있다는 논리는 억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전국 방방곡곡 3700여개의 우체국을 통해 44조원에 달하는 예금수신고를 보유한 거대 금융사가 카드시장에 진출할 경우 '제살 깎아먹기'식 과열 경쟁이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20여개의 카드사들이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마당에 (우체국이 카드업계에 진출하면) 경쟁이 격화되고 기존 카드사들도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해외사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파이 나눠먹기 식"이라며 "정부 소유인 우체국이 만약 가맹점 수수료 등을 대폭 낮출 경우 다른 회사도 낮출수 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전반적 서비스가 나빠질 수도 있고 관치금융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금융당국 허가 어려울듯
하지만 카드업계는 당장 우체국이 카드업계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해보자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당국의 허가가 날 것인지 에 대해 회의적 견해가 많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체국의 카드업 진출 선언과 관련해 아직 협의를 진행한 바 없다"면서 "우체국은 아직 지식경제부의 감독을 받고 있어 우리가 맡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업을 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신용카드업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우체국의 카드업 진출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말로 풀이된다.
기존 카드사들도 과거 카드대란 이후 정부가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은 만큼 우체국도 카드업 라이센스의 매입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법 개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정사업본부가 할 수 있는 금융업무는 '우체국예금보험법'에 규정돼 있는데 카드사의 할부금융이나 현금서비스 등은 규정돼 있지 않아 법안통과에 기존 카드 사업자등 이해관계자들과 많은 마찰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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