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지원금' 담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한시적으로 상향한 가입금액을 내세우며 절판마케팅에 한창이다. 하지만 중대과실에 따른 교통사고 부상을 보장해주는 이 담보는 상해급수와 무관하게 보험금을 정액 지급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도덕적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005830)은 오는 8일부터 운전자보험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지원금 담보 가입금액을 기존 5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인다는 방침을 영업현장에 전달했다.
메리츠화재(000060)도 신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비 가입금액을 5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축소키로 했다. KB손해보험은 관련 담보 가입금액(500만원)을 지난 4일까지만 유지키로 했으나 다시 7일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한시판매를 내걸며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는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비 담보는 12대 중과실, 뺑소니 등 중대 법규 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 부상을 보장한다. 각 사마다 일명 '피부치', '교부치' 등 지칭하는 담보 명칭의 차이만 있을뿐 가입자가 중과실교통사고 피해자가 됐을 시 가입금액을 정액 보장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12대 중과실이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 속도 대비 20km 초과 과속 △끼어들기 금지 위반 △철길건널목 통과 방법 위반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보도 침범 △승객추락 방지의무 위반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자동차 화물 낙하 방지 미비 운전 등을 말한다.
문제는 이 같은 운전자보험 과열 경쟁이 가입자의 도덕적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비 담보는 교통사고 발생 시 진단일수, 상해급수 등과 무관하게 가입금액을 정액보장하기 때문에 보험사기로 악용 될 여지가 크다는 우려다.
실제 보험사들은 "경미사고에도 손쉽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식의 마케팅을 영업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B손보는 지난 2월 가입금액을 1000만원까지 상향했으나 자극적인 영업 리플렛이 지속 활용 되는 등 악용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가입금액을 원복 한 바 있다.
앞서 보험사들이 영업에 열을 올려왔던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 담보의 경우 도덕적해이 위험이 높아 금융당국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 담보의 가장 낮은 14급은 염좌, 단순 타박 등만으로도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허위, 과다 청구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30만~50만원씩 지급하는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 담보도 과다청구 경계 대상으로 여겨지며 고소가 다발하는데, 500만원씩 보상하는 이번 담보는 위험성이 오죽하겠냐"면서 "보장 대상을 중과실 피해자로 한정했다곤 하지만 향후 과다 청구로 인한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중대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부상을 보장해주는 운전자보험 담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주차한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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