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미국이 지난 1일부터 ‘이란 제재법’을 발효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이란내 공사와 수출 중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률이 통하지 않는 중국이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남으면서 다가올 위기는 단순한 수출 차질의 차원이 아니라 건설과 정유, 석유화학 등 우리 주요 산업에 치명타가 될 전망입니다.
이란에 대한 제재안은 미국과 EU, UN의 세 방향에서 시행되는데, 미국의 제재법이 우리에게 가장 영향이 큽니다.
미국의 제재안은 이란에 대해 가솔린과 같은 석유정제제품 공급을 금지하고, 이란혁명수비대와 연관된 외국 금융회사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미국 은행과 사실상 거래가 제한되고, 미국 내에서의 외환거래와 자산 거래를 못하게 됩니다.
국내 은행들은 이란과의 거래에 대해 8일까지 거래만 결제를 한 후 9일 이후부터는 관련 거래의 대금결제를 중단한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어림잡아 3천여개로 추산됩니다. 이 중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는 오랫동안 이란에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이란 내 인프라와 플랜트, 정유관련 공사의 대부분을 싹쓸이 해왔습니다.
이번 제재조치로 현재 타격을 받은 기업으로는 GS건설이 대표적입니다.
GS건설은 이란국영석유공사의 자회사인 파스석유가스공사(POGC)가 발주한 1조4천억원 규모의 ‘6~8단계 가스 스위트닝(Gas Sweetening)공사’를 지난해 수주하고 이달 중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법 발효와 함께 무산됐습니다.
현대종합상사는 제재법 발효전 계약된 물량은 처리하되 이란과의 신규거래는 잠정 중단한 상황이고, 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에 대한 수출과 비교도 되지 않는 이란에 대한 자동차 수출을 이달부터 전면 중단했습니다.
앞으로 직접 타격이 예상되는 기업으로 대림산업이 이란으로부터 1조5천억원 규모의 건설수주잔량이 남아 있어 속앓이를 하는 중입니다.
상사 중에선 현대종합상사, 삼성물산, SK네트웍스, 대우인터내셔널 등의 수출 차질이 예상되며, 현재 대 이란 수출은 2008년 상반기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유사들도 수조원을 투입해 고도화 설비를 갖춘 상황에서 원유수입에 일부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체 수입처 찾기에 나섰습니다.
기업 매각이 진행 중인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이란계인 엔텍코프가 인수우선협상 대상인데 엔텍코프의 인수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건설사들과 수출상사들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서 제3의 루트를 통한 대금결제를 모색하는 등 거래를 지속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의 감시와 미국의 눈치를볼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의 압박으로 이도 여의치 않습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진짜 위협은 미국의 제재안에 동의하지 않는 중국이 이란의 돌파구가 되면서 이란 지역의 원유를 저가로 독점하면서 정유와 석유화학부문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되고 우리 기업들이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이란의 건설 공사 물량을 가져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5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제재법안의 시효 동안 중국이 이란에서 건설 부문 기술의 실적을 쌓으면서 다른 해외 건설 시장에서도 우리 건설업체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석유화학에서는 이미 국내 수요를 초과한 과잉물량을 생산하고 있어 대 중국 수출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생산품이 이란에서 공급받는 저가의 원유에 기반한 중국의 생산품에 가격 경쟁이 되지 않아 수출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뉴스토마토 안후중 기자 hu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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