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5월 생산량이 전월 대비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에도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주요 차종의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의 5월 자동차 생산량은 25만5488대로 전월(32만2957대)보다 20.9% 감소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000270)는 5월 11만8683대, 10만7389대로 각각 16.7%, 26.0% 줄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도 1만4023대, 6570대로 36.7%, 26.5% 감소했다. 쌍용자동차만 8823대로 106.4% 증가했다.
한국지엠은 차량용 반도체 재고부족으로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고 지난달에는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도 50% 감산에 돌입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4월까지는 기존에 확보했던 재고로 생산을 유지했지만 반도체 보릿고개가 본격화되면서 5월부터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17~18일 울산5공장, 18~20일 울산3공장, 24~26일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기아도 지난달 17~18일 소하리공장 가동을 멈췄다.
쌍용차(003620)는 올해 초 일부 부품협력사에서 미결제 대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납품을 거절해 수 차례 공장가동이 중단됐지만 지난 4월 말 채권단이 납품 재개 결의를 결정하고 공장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달에도 생산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16일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경우 14일부터 20일까지 가동을 멈춘 후 오는 21일 생산을 재개하지만 연례 공장 정기점검 기간인 26일부터 내달 11일까지 휴업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4월에 비해 5월, 완성차 5개사의 생산량이 감소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에 따라 주요 차종의 신차 출고 대기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4만대가 넘는 계약 물량이 밀려있지만 4월과 5월 합쳐 2033대만 인도됐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월 4000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고객의 경우 연내 출고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투싼도 출고 대기기간이 6개월 이상이며, 아반떼·스타리아도 3개월이 걸린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2만여대의 주문이 밀려있어 지금 계약을 해도 출고까지는 최소 7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쏘렌토 디젤 모델은 4개월, 가솔린 모델은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K8이나 셀토스도 출고까지 4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출고 지연으로 인해 고객 불만이 높아지자 기아는 최근 권혁호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 명의로 고객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양해를 구했다. 권 부사장은 안내문에서 “고객님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도가 빠르지 못한 점 양해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완성차 업체들은 2분기 실적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문제가 최악의 상황을 통과했다는 예상도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반도체 부족에 따른 판매부진은 자동차 업체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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