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보험계약상의 책임을 나누는 재보험 확대에 나섰다. 대형 화재 등 막대한 보험금 지급이 예상되는 사고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개 손보사의 1분기 출재 보험료 비용은 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조2000억원 보다 4.61%, 최근 5년 새 43.46% 증가했다. 국내 1조8000억원, 해외 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2%, 6.01% 늘었다. 출재 보험료란 재보험 계약에 따라 재보험자에게 지급한 보험료를 말한다.
출재 보험료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손보사들이 대형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재보험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보험은 보험자가 보험계약상의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보험자에게 인수시키는 보험이다. 혼자서 부담하기 어려운 큰 액수의 계약에 대해 보험자가 지는 위험을 다시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 손보사들은 최근 줄줄이 발생한 대형 화재에 따른 재보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달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손보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3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 보험 계약을 인수한 4곳의 손보사들은 재보험 가입으로 복원보험료를 포함해 총 500억원 가량의 손실액만 부담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2800억원 가량의 보험금은 해외 재보험사에서 책임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일반적으로 재보험사 외에도 서로의 위험을 분담하기 위해 각 사 별로 재보험을 인수하고 있다"면서 "재보험사도 재재보험으로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기 때문에 대형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혼자서 독박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엔 보험사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공동재보험도 등장했다. 공동재보험은 원수사의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부가보험료 등을 재보험사에 출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영업보험료는 물론 지급보험금, 해약환급금, 만기보험금, 책임준비금 적립 등의 책임을 재보험사와 나눈다. 금리 리스크 등 2023년에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공동재보험 시장의 규모는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공동재보험이 도입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계약에 나선 보험사는 ABL생명 단 한 곳에 불과하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로금리시대가 도래하면서 보험사들도 공동재보험으로 헷지해야 할 리스크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며 "다만 적지 않은 비용 부담으로 쉽사리 계약까지 나서는 보험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대형 화재 등 막대한 보험금 지급이 예상되는 사고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재보험을 확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지난달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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