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애송이' 감정 싸움으로 격화
국민의당, 이준석 대표 '철부지 애송이' 발언
이 대표 "사람이 아닌 계급에 경례하는 것" 반발
안철수 국민의힘 경선버스 배제 가능성 시사
2021-08-04 15:57:52 2021-08-04 17:16:50
 
[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가 '애송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등장하며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철부지 애송이'라고 비난하자, 이 대표는 '사람이 아니라 계급에 경례하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에 이 대표가 국민의힘 경선버스에 '요란한 승객을 태워야 하나'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배제 가능성도 시사해 합당 논의가 더욱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에서 두 당 대표의 최종 담판만이 남았지만, 안 대표가 이 대표의 회동 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이 대표가 안 대표에게 '합당에는 예스냐 노만 있다'며 최후통첩을 하자 국민의당 협상 실무진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이 당 대표가 아니라 철부지 애송이로 보이니까 정상적인 질문에 정상적인 답변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합당의 대의나 국민들의 야권통합에 대한 열망보다는 그냥 이준석에 꽂힌 거다. 그러니까 대놓고 남의 당 전당대회에 개입해서 이준석 떨어뜨리려고 하고, 지금도 철부지 애송이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영상을 공유하며 "We salute the rank, not the man(사람이 아니라 계급에 경례하는 것이다)"이라는 드라마 대사를 "국민의당에 추천한다"고 적었다.
 
이는 국민의당에서 이 대표를 향해 '철부지 애송이'라고 지칭한 데 대응한 것으로. '30대 이준석'이 아니라 '당 대표 이준석'의 급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우리는 한편으로 여론을 조작해 정권을 도둑질한 도둑놈들과 싸우고 다른 한편으로 국운이 걸린 정권교체를 앞에 두고 제 분수를 모르고 제멋대로 장난질하는 철부지 애송이도 제압해야 한다"고 했다. 구혁모 최고위원은 '애송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함께 올리며 "제1야당의 당 대표나 당 대변인의 자리는 분명 철부지 애송이는 아닐 것"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감정싸움'의 원인 제공을 이 대표가 했다는 입장이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존 실무협상에서 논의된 성과를 정리하고, 당명 개정 부분 등은 당 대표들끼리 만나서 풀겠다는 생각을 안 대표가 갖고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시한을 공개적으로 정해버렸다. 일방이 정한 어떤 방식이나 기한에 맞춰 들어가면 누가 봐도 굴종적 아닌가"라고 했다.
 
이 총장은 "감정이나 이런 것 때문에 많이 틀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사실 당세로 봐서 돈과 조직이 없지, 우리가 무슨 가오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 이를 훼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4일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저분들 행태를 보면 제 톤을 낮출 의지가 전혀 없다"며 "이번 주에 기분 나쁜 이준석과 다음 주에 기분 나쁜 이준석이 다를 거라는 것도 이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대표는 자신이 정한 시한을 넘을 경우 국민의당과 합당 무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번 주가 지나면 (국민의당과 합당) 협상 종료는 유효한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유효하다고 본다. 그다음부터는 제가 제안을 안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저는 적어도 제안을 한 모양새이지 않느냐"며 "예스냐 노냐, 그다음부터는 아주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국민의당이 이 상황을 극복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경선버스에) 안 대표가 타면 좋지만, 승객이 말이 많아서 버스가 혁신하면 타겠다, 버스기사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고 안 타겠다 이러면 그냥 문 닫고 가는 거다. 꼭 요란한 승객들 태우고 가야 하나"라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와 안 대표는 정치적 성향도 다르고, 두 사람의 개인적인 관계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이 힘이 세다고 소수 정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과정을 거쳐 합당을 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이 적다"며 "합당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6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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