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은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돼야 한다”며 사실상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공산주의자 발언’ 부분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의 경우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될 수밖에 없어 증거에 의해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한 보수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자리에서 고 전 이사장은 1981년 군사정권이 부산지역 학생·교사·회사원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고문한 ‘부림사건’도 ‘공산주의 운동’이라 칭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등이 이 사건 변호인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부림사건의 수사 검사였던 자신이 “핍박 받았다”며 그 배후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을 지목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감금·고문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이들에게서 허위자백을 받아내 기소했고, 이후 2014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됐다.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 수사검사였다. 문 대통령은 1981년 부림사건 피해자들을 대리한 변호인이 아니라 이후 재심사건을 대리한 변호인이었다.
1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문 대통령에 대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허위·진실 여부를 증거에 의해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확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은 단순한 의견표명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구체화된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1심을 뒤집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고 전 이사장의 ‘인사불이익 발언’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막연한 추측 정도에 불과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부림사건의 변호인으로서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해 8월 항소심 공판에 출석,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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