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로 달리는 서울지하철)③지하철 재정 정상화, 정부 안 나서면 답 없어
하반기 7000억원 규모 공사채 발행돼야 부도 위기 모면
자구안 요구하던 서울시, 결국 "정부 대책 촉구" 입장 선회
2021-09-24 06:00:00 2021-09-24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지난해 1조1137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서울교통공사의 부도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단기적으로는 공사채 발행, 장기적으로는 서울시가 정부에 공익서비스 비용을 보전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는게 최선의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공사채 발행 규모를 7000억원 규모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발행되는 공사채는 오는 12월15일 만기가 도래하는 72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갚는데 쓰일 예정이다.
 
그러나 공사채 발행에 대한 행정안전부 승인은 확정되지 않았다. 현행 지방공사채 발행·운영기준은 노후 전동차를 교체하거나 신규 사업 등을 할 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6일 행안부를 대상으로 이 기준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사채를 발행해야 만기가 도래하는 CP를 갚고 부도를 막을 수 있다. 빚을 갚기 위한 다시 빚을 내는 경우지만, 공사채를 발행할 경우 1년 단위의 단기 채무인 CP보다 상환기간을 늘릴 수 있다.
 
앞서 서울시는 공사채 발행 신청 조건으로 서울교통공사에 자구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2000여명에 가까운 구조조정안으로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노사가 구조조정을 없던 일로 협의하며 파업을 철회하자 서울시도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 타개에 힘을 싣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6일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과 만나 지하철 무임 승차 손실 보전을 내년도 주요 국비 요청 사업에 반영해달라고 건의했다.
 
서울 지하철 노사 관계자는 "운임 인상이 어렵다면 정책에 의해 발생되는 손해 비용을 좀더 정부가 고려를 해야하지 않나"라며 "행안부나 기재부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지가 주요 관건인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재난 상황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하철 수익구조는 운수수입과 그 외 상가·광고·역세권 개발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2015년 6월 이후 요금에는 변화가 없고 고령화로 인한 무임수송으로 운수수입은 적자 상태다. 코로나19로 상가 공실률은 늘었고 광고수입은 온라인에 밀렸다. 역세권 개발은 수년간의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지난 상반기 서울교통공사의 부채비율은 약 135%까지 치솟으며 공사채 발행 가능 한도인 130%를 넘어섰다. 운영자금을 위한 '빚'을 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자 서울시는 2022년~2023년 9월 만기가 도래하는 4350억원(이자 포함)의 부채를 미리 넘겨받으며 서울교통공사의 부채비율을 116%대로 낮췄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공사채 추가 발행과 부채 이관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라고 판단했다. 재정난 해소는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복지서비스 이행에 따른 보상 체계, 요금 인상, 부도를 막기 위한 채권 발행이 모두 국가 권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영효율화 등 자구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오르는 물가 대비 요금 동결로 인해 운수수입에 한계가 있다"며 "필요할 때마다 출자금이나 안전망 구축을 위한 재원을 지원했지만 정부 정책으로 인한 적자 발생 등에 대해서는 국비 지원만이 답"이라고 토로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파업이 극적으로 철회된 14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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