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6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파면을 촉구했다.
한 교수는 이날 오전 11시 헌재 앞에서 열린 참여연대 기자회견에서 사법부 권력 남용 통제 장치는 헌재의 파면 선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법관의 자치를 이루되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외부 장치 마련하는 것, 이것이 입헌적 민주주의 실천하는 가장 두드러진 장치"라며 "그것이 제대로 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우리는 이미 지난 정권의 사법농단 사태에서 그 해악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의 수석부장이라는 직분을 명분으로 소속 법관의 재판에 개입하고 심지어 판결문에 빨간펜을 그어가며 교정하는 그런 가장 반사법적인, 가장 반민주적인 그런 행태를 저지른 법관을 단순히 퇴직했다는 또는 탄핵의 실익이 없다는 법리적 이유만으로 방치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헌법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헌법이 지키려는 민주적 기본질서 자체의 본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부장판사 파면은 교과서적인 결정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이어졌다. 한 교수는 "실제 헌재 재판관들은 아마 집무실에 헌법 교과서가 꽂혀있을 것"이라며 "우리 헌법 체계는 사법관의 독재, 사법관의 권력 남용을 통제할 장치를 아무것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일하게 이뤄진 것이 헌재에 의한 법관 탄핵이라는 장치"라며 "우리 국민은 어렵사리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소추를 이뤘다. 헌재가 답할 차례"라고 했다.
또 "우리의 입헌주의를 위해, 입헌적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의 민주공화국임을 위해 촉구한다"며 "'전 법관 임성근을 파면한다'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모두발언에서 사법농단 의혹 재판 대부분 무죄 선고된 점을 거론하고 법원 개혁에 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처장은 "누군가는 그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 재판을 계속하고 있다"며 "또 누군가는 전관으로 대형 로펌에 들어가 엄청난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 전직 고위 법관 이름이 등장하는 점도 언급했다.
임 전 부장판사 재판에 대한 관심이 지속돼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박 사무처장은 "이 사안은 많은 분의 관심이 없어질수록 법원의 의도대로 갈 것"이라며 "시민들이 있었기에 올해 2월 국회에서 179명의 국회의원이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소추라는 한국 국회 역사상 없었던 일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최근 한달간 모은 시민 2642명의 한줄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개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2심 재판부는 담당 법관이 의견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재판에 관여해 부적절하지만, 현실적인 방해나 직무 수행 절차에 위반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이 위헌적 행위라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판단을 미뤘다. 1심의 위헌 행위 지적은 국회의 임 전 부장판사 탄핵소추의 근거가 됐다.
헌재는 지난 8월 10일 임 전 부장판사 탄핵사건의 마지막 변론기일을 마쳤다. 선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 가운데)가 6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참여연대 기자회견에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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