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국내에서 총 5명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자 확산을 키울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이 갖춰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감염 의심자로 분류됐던 40대 부부와 아들의 지인 등 총 5명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들도 있어 오미크론 감염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우려 변이로 지정한 바 있다. 바이러스 특성을 보면 델타에 비해 2배 많은 변이가 발견돼 전파능력도 델타를 앞설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 당시를 복기하면서 오미크론이 퍼지기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고 보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이 우려되는 요인으로는 먼저 환경적 요인이 있다. 델타 확산 당시에는 해외 유입 차단이 지금보다 느슨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었다. 반면, 현재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지 한 달가량 지난 상황이라 감염자가 증가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바이러스 활동량이 증가하고 생존에 유리해지는 점도 주요 변수다. 이와 별개로 추워지는 날씨 탓에 실내에서의 모임이 늘어나는 점도 오미크론 확산 우려 요인 중 하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겨울이 오면 바이러스 활동량이 증가하고, 사람들이 실내에 모이는 것도 큰 문제"라며 "오미크론 확산을 방지하려면 이동량을 줄여 사람 간 전파를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11월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코로나19 검사센터에 여행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독감 발생 시기와 오미크론 유입이 겹친 점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내 독감 환자는 백신 예방접종 시행에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0월31일부터 일주일간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환자는 2주 만에 약 2배 증가했다.
마상혁 위원장은 "지금 상황에서 독감이 유행하는 상황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작년에는 트윈데믹(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유행)도 없었고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도 없었는데 올해는 모두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 방지를 위해 3일 추가 방역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각 분과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로, 중앙방역대책본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다.
다만, 방역 강화 시기를 두고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5000명 이상 발생한 데다 의료 체계가 포화 상태를 겪고 있어 이전에 적절한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천은미 교수는 "의료 체계가 포화되기 전해 (추가 방역 강화 방안을) 발표해야 했는데 많이 늦었다"라며 "오미크론까지 퍼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방역 강화 방안에 마지노선을 정해두고, 상황에 따라 다른 거리두기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마상혁 위원장은 "지금의 방역 지침은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이 많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전면 개편해 시행해야 한다"라며 "상한선을 정해두고 그 수위를 넘어가면 다음 단계로 방역 수준을 올려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실내와 실외에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방역 수칙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 환자 중에선 고위험군을 우선 고려하되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일반 환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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