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MZ세대가 재테크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자산버블 시기, 특유의 적극적인 성향은 좋은 성과를 내는 밑거름이 됐고 덕분에 어엿한 자산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이들로 인해 재테크 영역도 크게 확장됐다. 다만 유동성 축소기에 접어드는 새해엔 이같은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MZ세대의 재테크는 소자본이란 한계에 국한한다면 기존의 ‘2030세대 재테크’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뚜렷한 질적 차이가 있다. 이들은 저축보다 투자를 선호하며, 게임처럼 재미도 추구한다. 또한 온라인 기반의 투자로 간편함과 신속성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와 비교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월등하게 커진 환경이 MZ세대를 고수익 고위험 재테크를 지향하게 만들었다.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져 정상적인 저축과 투자로는 경제적 여유를 얻을 수 없다는 현실에 각성한 이들은 과감한 레버리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을 동원해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다.
그렇다고 이들이 그 위험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MZ세대의 재테크 인식을 조사한 결과, MZ세대 다수(43.7%)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실체 없는 투기수단’이라고 응답했다.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수단’이라고 답한 비율은 34.9%에 그쳤다.
이들도 본 것이 있으니 주식(32.4%)과 가상자산(13.1%)보다 부동산(36.1%)이 더 유망한 재테크 수단이라고 꼽았지만, 소액 종잣돈이란 현실이 예·적금(37.5%), 주식(33.0%), 가상자산(10.3%), 부동산(9.8%) 순으로 재테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위험한 투자와 ‘영끌’이 MZ세대의 재테크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다.
주식과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MZ세대들도 풍부한 투자정보와 IT기술의 힘을 빌려 쓰고 있다. MZ세대는 자산과 소득이 적은 반면 경제관념이 뚜렷하고 국내외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유튜브 같은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얻은 각종 투자정보로 무장하고 있다. 자산시장의 변화에 맞춰 움직이는 속도도 빠르다.
새로운 형태의 재테크 플랫폼이 증가해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이 다양한 재테크 수단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도 긍정적이다. 애플리케이션만 있으면 음악저작권을 주식종목처럼 거래할 수 있고, 한우 펀딩에 참여해 송아지를 위탁 사육할 수도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나 고가의 명품 리세일도 이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술품 투자는 대체불가토큰(NFT)과 결합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와인시장도 MZ세대의 재테크로 진화하는 중이다. MZ세대들은 투자 플랫폼을 이용해 수천만원, 수억원을 호가하는 다양한 자산에 소액으로 접근하고 있다.
MZ세대의 힘은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의 고성장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지점 없이도 1800만명에 가까운 고객을 확보했는데 이중 65%가 MZ세대다. 고객 수는 아직 국민은행(3200만명)에 뒤지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는 다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상장과 동시에 1위 은행 자리에 올랐으며 지금도 시가총액 28조원으로 23조원의 KB금융을 크게 앞서고 있다.
과거 자산시장의 주력 연령층인 4050세대에 집중하던 기업들은 이제 MZ세대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유튜브 채널에 공을 들이고 메타버스를 활용해 MZ세대에게 어필한다.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거래에 소수점 매매를 도입한 것도 종잣돈이 적은 MZ세대 맞춤형 전략이다.
올해에도 자산시장에서 MZ세대의 영향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유동성 축소다. 자산버블을 타고 성장한 MZ세대의 재테크는 테이퍼링, 금리 상승 등이 가져올 변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이 지난 2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양껏 대출을 받아 주식과 암호화폐를 사고 집을 장만한 영끌족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칫 ‘푸어’청년을 대량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화에 맞는 재테크로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재테크 전문가인 서기수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MZ세대도 올해는 꼰대 마인드를 장착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투자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지금까진 어디에 투자하든 웬만하면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금리가 오르면 재테크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주식, 부동산, 그 무엇이든 철저하게 개별종목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며 “수익 난 것도 일부 실현하고 위험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행인 것은 MZ세대가 변화에 민감하고 능동적이라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변화를 감지했다면 그에 맞게 대응하면 되는 일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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