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정부의 고강도 가계 대출 규제 지속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7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다만 연말 주택 거래 부진, 상여금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한 만큼,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국면 진입 신호로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은 판단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7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감소 전환한 것은 지난해 5월(-1조6000억원) 이후 7개월 만이다. 또 12월 기준으로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그간 가계대출이 감소했던 것은 2014년 1월(2조2000억원), 지난해 5월, 12월 등 단 3번이다.
12월 가계대출 중에서는 전세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이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이 1조8000억원 늘면서 전체 주택담보대출(2조원) 증가세를 주도했다. 주담대 증가폭은 2018년 2월(1조8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다. 이는 주택 매매 수요가 둔화된 데 따른 결과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감소세로 반전됐다. 지난달 2조2000억원 줄었으며, 12월 기준으로 기타대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한편 지난달 기업대출은 전월 말보다 2조8000억원 감소한 1065조7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기업대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20년 -5조6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12개월 만이다.
중소기업대출은 1조원 감소한 886조4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1조1000억원 늘어났다.
대기업 대출은 1조7000억원 줄어든 17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 등으로 감소 전환했지만 소폭 감소했다.
한편 회사채 발행은 8000억원 감소했고, 주식발행은 6000억원 증가했다.
대출이 아닌 은행의 수신 잔액은 12월 말 기준 2136조1000억원으로 11월 말 대비 22조8000억원 늘었다.
수신 종류별로 살펴보면, 단기자금 성격의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들의 결제성 자금 예치 등으로 24조5000억원 증가했다.
정기예금은 4조7000억원 늘어났다. 은행들의 규제비율 관리 등을 위한 예금 유치, 예금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세가 지속됐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지난달 7000억원 줄었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는 재정지출을 위한 국고자금 회수 등으로 13조6000억원 감소했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가 지속되고, 연말 상여금 유입 등 연말 효과가 발생했다"며 "주택담보대출은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됐지만 주택매매거래 둔화, 집단대출 취급 감소 요인으로 증가 규모는 축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로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됐다거나 디레버리징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조심스럽다"며 "대출 둔화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7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000억원 줄었다. 사진은 지난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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