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울2030 "정권교체가 답"…김혜경 논란이 결정타
8~9일 서울 2030 민심탐방…정권교체라면 안철수도 가능
김혜경씨 갑질 논란이 직격탄…이재명 '공정' 가치 타격
2022-02-09 16:58:47 2022-02-09 23:42:3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유근윤·이승재 인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데요. 김혜경씨 갑질 논란을 보고서는 깜짝 놀랐어요. 이재명 후보한테 배신감도 좀 느껴요. 정권교체가 답이라는 생각입니다."
 
"윤석열은 좀 서툴러 보여요. 이대남(20대 남성) 표 얻겠다고 갈라치기 하는 것도 속이 빤하잖아요. 배우자 논란요? 부인 김건희씨의 '스케일'이 더 크죠. 근데 막상 누굴 찍을지는 선거일까지 고민할 것 같아요. 정권교체가 됐으면 해요. 문재인정부가 부동산정책부터 경제, 코로나19 방역 등 못한 게 너무 많아요."

열흘 새 '갈팡질팡'서 '정권교체'로 돌아서
 
대선을 한 달여 앞둔 8일과 9일 <뉴스토마토>가 만난 서울의 2030 청년세대는 투표의 무게추를 점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양강 주자 모두에 대한 비호감이 강한 상황에서 '정권교체'를 앞세웠다. 취재팀이 열흘 전(1월30일~이달 2일까지) 설 연휴 민심 동향을 청취하고자 만났던 서울의 2030은 주로 "아직까지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사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갑질 논란이 터지자 민심은 요동쳤다. 2030은 불공정·불평등 해소를 강조했던 이 후보 가족의 '내로남불' 논란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9일 서울시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20대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내일 당장 투표한다면 윤석열을 찍겠다"면서 "보수가 당선돼야 집값이 떨어지고 취업도 잘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정책은 이재명이 조금 더 괜찮겠다 싶었는데, 김혜경씨 논란에 대처하고 해명하는 걸 보고선 비호감이 높아졌다"며 "대장동 의혹이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 보니까 정말 앞뒤가 다른 사람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한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에서 만난 30대 강모씨도 "윤석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강씨는 "윤석열과 이재명 중 공정의 가치를 실현할 후보는 고르라면 이재명이다. 윤석열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아는 것도 없어서 비호감"이라면서도 "일단 정권교체가 더 시급하기 때문에 후보 자질이나 배우자 논란은 눈에 잘 안 띈다"고 했다. 강씨는 정권교체 이유로 문재인정부 실정을 꼽았다. 그는 "청년들에겐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취준생들에게 상실감을 준 게 결정적이었다"며 "또래들도 이때부터 '반문'이 됐다"고 했다.
 
서울의 2030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굳이 윤석열 후보가 아니더라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뽑혀도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영등포구 당산동의 30대 이모씨(여)는 "여러 후보를 봤지만 정책이 구분도 안 되고, 민심 얻기만 급급한 것 같다"며 "어쨌든 정권교체를 해야 하니까 좀 더 깨끗해 보이는 안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9일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김혜경씨 논란에 '이재명 형수욕설'까지 소환
 
2030 민심이 갈팡질팡에서 정권교체로 돌아선 데는 김혜경씨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여권의 내로남불 비판을 연상케 하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심지어 과거 이 후보의 '형수 욕설'까지 소환됐다. 가족 전체가 욕을 들어야 했고, 이 후보가 강조해왔던 '공정' 이미지에도 큰 흠집이 생겼다.
 
관악구 봉천동의 20대 정모씨(여)는 "김건희씨 허위경력도 문제지만, 김혜경씨 논란이 더 크다"며 "김씨 논란을 보고선 이 후보의 형수욕설과 김씨가 조카와 싸운 것까지 생각이 날 정도였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형수 욕설 등을  수습하기 위해 비운의 가족사를 설명하며 눈물로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김혜경씨 논란에 사과의 진정성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정씨는 "2030에게 허위경력 의혹은 '남의 일'일 수도 있지만 '갑질'은 당장 직장에 취업해 윗사람으로부터 겪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만난 20대 이모씨는 "김건희씨 허위경력 문제는 윤 후보와 결혼 전의 일"이라며 "김혜경씨 논란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때 일로 더 큰 불공정이고, 대통령이 돼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몰 인근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공정 찾는 2030…이재명 아닌 심상정·안철수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서울 2030 민심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2030은 정권재창출보다 정권교체를 더 원한 듯 했다. 윤 후보에 대한 투표도 정권교체를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공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2030은 안철수 후보나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 보였다. 
 
양천구 목동의 안모씨(30대·여)는 "개혁이나 경제문제보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더 큰 관심이 있다"면서 "가장 상식적으로 공약을 내고 진정성을 갖춘 후보는 심 후보"라고 했다. 강동구 암사동의 신모씨(30대)는 "인생사를 보면 안 후보야말로 신념을 가졌고 깨끗하고, 무엇보다 가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서울의 2030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대남 표심을 잡기 위해 군인 월급 200만원 인상,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공약을 내건 것에 대해선 대다수가 '편가르기', '갈라치기', '혐오 조장', '정치적 퇴보' 등으로 규정했다. 윤 후보를 지지한 2030 중에서도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다만 "특정 세대, 계층을 위한 표심잡기를 나쁘게 볼 순 없다", "정권교체와 대선승리를 위해선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입장도 있었다. 
 
9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역 인근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유근윤·이승재 인턴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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