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13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직접 노동 조건 개선과 관련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급여 체계 개선과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의 집회를 진행했다.
이원일 노조 위원장은 이날 "회사는 그동안 성과급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연말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미명하에 복지를 점차 축소했다"며 "최소한의 휴식을 할 수 있는 권리였던 리프레쉬 휴가와 창립기념일 휴일마저 폐지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많은 기업에 있는 여름 휴가가 단 하루조차 없는 것이 바로 삼성전자의 현실"이라며 "최근 경쟁사
SK하이닉스(000660)에서 월 1회 유급휴일 연 12일 제도를 시행한다는 소식,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노동조합과 연봉 10%와 15% 인상을 합의했다는 소식에 직원들은 더 큰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노조는 경계현 대표이사와의 대화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이 부회장, 최고경영진과 만남을 요구했다.
손우목 노조 부위원장은 "회사는 경 대표이사와 노조의 만남을 교섭 아닌 간담회로 취급하고, 시간도 30분만 배정했다"며 "끝끝내 성실한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이사들은 아무 권한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의견을 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전국삼성전자노조를 포함한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사측과 15차례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21일에는 조합원 후생과 재해 방지를 위한 조합발전기금 3000만원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된 최종안을 전달했지만, 조합원 투표 끝에 부결됐다.
이에 공동교섭단은 지난 2월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고, 중노위의 조정중지를 받아들어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지난달 18일 경 대표이사와도 대화를 진행했다. 같은 달 25일 사측은 2021년과 2022년 임금교섭 병합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사업장 12곳을 순회하면서 홍보 투쟁을 진행했다. 순회 이후 쟁의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조가 쟁의권을 행사하면 1969년 삼성전자가 창립한 후 53년 만의 첫 파업이다.
지난 2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사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현국 노조 조직쟁의국장은 이날 "삼성에서 파업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파업에 앞서 회사와의 진정한 대화를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제 최고경영자·결정권자를 만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현재 △성과급 기준을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 △급여 정률 인상을 정액 인상으로 전환 △임금피크제 폐지 △유급휴일 5일과 회사·노조창립일 각 1일을 휴식일로 설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집회에 대해 "노조와의 협상에 계속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며 "의견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해 일일이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노조는 이날부터 사흘 동안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