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은 회사 조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10조 1항을 위반한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25일 청각장애인 A씨가 홍보대행 중소기업 B사를 상대로 낸 진정사건에서 이같이 밝히고 "인사 담당자에 대한 주의 조치와 장애인 인권교육 실시, 향후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올해 1월 인터넷 채용 정보 사이트에서 웹 디자이너를 뽑는다는 수시채용 공고를 보고 B사에 지원했다. A씨는 포트폴리오와 함께 제출한 입사지원서에 자신이 청각장애인임을 명시했다.
B사 인사팀은 A씨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서류전형 합격사실을 통보한 뒤 면접일정을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자신이 청각장애인임을 확인했는지 묻자 B사는 "업무 특성상 채용이 어렵겠다"면서 면접제의를 갑자기 철회했다. 이에 A씨가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이라며 진정을 넣었다.
B사는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청각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당황한 나머지 면접을 취소했고 매년 법정 의무 교육인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받고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가 장애인 차별이라는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뒤늦게 진정인에게 문자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항변했다. 또 "내부 의견수렴, 광고주 등과의 빠른 의사소통이 필수인 웹 디자이너 업무를 청각 장애인이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도 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A씨를 서류전형에 합격시킨 것은 B사로서도 A씨가 웹 디자이너로서 근무하기 위한 기본적 경력이나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마땅히 면접 기회를 제공한 뒤 채용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면서 "청각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자마자 면접기회를 곧바로 박탈한 B사의 조치는 업무수행 능력이나 경력이 아닌 장애 여부를 이유로 A씨를 채용 기회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웹 디자이너의 경우 광고주 등과의 빠른 의사소통이 필사적이라는 B사의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수어나 문자사용 능력 등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최소한이 확인도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청각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웹 디자이너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단정할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B사의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10조 1항에 위반해 정당한 사유 없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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