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송파 헬리오시티 등 아파트가 발주한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담합한 업체 10곳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유지·보수 부문에서 담합 등 불공정 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매년 매년 3·10월 합동 조사를 실시하고, 공사비 비교 검색 기능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19일 공정위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출입보안 시설 설치 공사 등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들러리 및 투찰가격을 담합한 '아파트너', '슈프리마', '아람에너지' 등 10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9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 공정위는 사건 조사 과정에서 현행 사업자 선정 제도 및 부정행위 감시 체계의 개선점을 파악하고 공동주택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함께 입찰참가제한 조치의 실효적 작동, 정례적인 합동조사 등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아파트너는 2019∼2020년 국내 최대 규모(9510가구) 아파트인 송파 헬리오시티 아파트가 발주한 출입 보안시설(안면인식기·스피드게이트 등) 납품 및 설치업체 선정 입찰에서 업무 협약 파트너인 슈프리마를 들러리로 세워 낙찰에 성공했다.
아파트너는 당시 다른 업체보다 낮은 금액(각 3억2600만원, 2000만원)으로 입찰했으나, 이후 발주된 추가 공사에서 선행 공사로 얻은 기득권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11월 안면인식기 등의 추가 설치 입찰에서 다른 업체가 낙찰받자 기존 입주민 정보와의 연동을 거부해 공사를 무산시키고, 이후 다시 공고된 입찰에서 다른 업체가 낙찰받으면 기술지원비 명목으로 2500만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아파트너는 정보통신공사업자 자격이 없어 재입찰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이 사업을 낙찰받은 제3의 업체와 하도급 계약(3950만원)을 맺고 실제 공사를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공사 무산과 재입찰 과정에서 공사 계약금은 3690만원에서 4346만원으로 늘었다.
통상 발주처가 민간 기업일 경우 공공기관 발주보다 중대성을 약하게 평가하지만, 비용 부담 주체(입주민)와 계약 주체(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가 달라 입주민이 피해를 인식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제재를 강화했다는 것이 공정위 측 설명이다.
그러나 아파트너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여서 과징금이 200만원으로 조정됐다. 슈프리마의 과징금은 500만원이다.
공정위는 2018∼2021년 인천 만수주공4단지 아파트 등이 발주한 9건의 열병합 발전기 정비공사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 들러리, 입찰가격 등을 합의한 '아람에너지'에는 과징금 12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나머지 2개 업체는 경고 처분하기로 했다. 아파트 열병합 발전기는 가스 연료를 통해 전력 생산, 난방, 급탕 등을 동시에 수행하는 자가발전 시스템이다.
또 지난해 청주 리버파크자이 아파트가 발주한 알뜰장터 운영업체 선정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 들러리, 입찰가격을 합의한 '부부농산', '새벽유통' 등 5개 소규모 업체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받게 됐다. 이들은 아파트 측에 낼 임대료 입찰 가격을 합의했지만, 제3의 업체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파트 발주 공사, 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 담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개선 필요성을 건의했고,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국토부와 공정위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매년 3·10월 조사 대상 아파트를 선정해 합동조사를 실시하고, 입찰방해·배임죄 혐의가 확인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개별적·일회성으로 이뤄지던 조사를 통합·정례화하는 것이다.
또 국토부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웹 사이트에 유사한 아파트 간 공사비 비교 검색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입주민의 자율적 감시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입찰 참가 업체의 입찰 기록을 검색할 수 있게 만들어 입주민이 자신의 아파트의 공사비가 적정한지 판단할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말까지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국토부 고시)'을 개정해 입찰 참여 때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입찰 참여 업체가 주택관리업자의 계열사라면 이를 입찰 서류에 표시하도록 해 이해 상충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공정위와 10월에 합동조사를 실시하고, 연말까지 사업자 선정지침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아파트 유지 보수 시장에서의 부정행위 방지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9일 정부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출입보안 시설 설치 공사 등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들러리 및 투찰가격을 담합한 '아파트너', '슈프리마', '아람에너지' 등 10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9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자료는 업체 간 입찰담합과 발주처와 특정 업체 간 유착이 결합된 형태 내용의 인포그래픽. (자료=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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