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영우' 유행하는 사회 모순
2022-08-02 06:00:00 2022-08-02 06:00:00
최근 푹 빠진 드라마가 있다. 성격이 급한 탓에 보통은 드라마가 종영한 뒤 몰아보기를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도무지 기다릴 수가 없어 매회 꼭 챙겨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다룬다.
 
박은빈 배우가 연기하는 주인공 우영우는 천재다. 한 번 본 책은 잊어버리지 않고,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에 변호사 시험에서 1500점을 넘게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회사 입구에 설치된 회전문을 지나지 못해 난감해하고, 고래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고래 이야기를 자꾸 꺼내기도 한다.
 
나만 우영우에 빠진 건 아닌 것 같다. 식사자리에선 우영우가 이야기 소재로 등장하고, 드라마 속 우영우와 친구 동그라미가 나누는 'to the' 인사법도 유행이다. 우영우 역을 연기하는 배우 박은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인구는 264만4700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하지만 그간 장애인은 교육이나 취업, 결혼 등 삶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소외됐다.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전체 인구 임금근로자의 70%에 그친다. 전체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73.7%이지만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20%에 불과하다.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이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탓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금도 지하철역에서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국가는 장애인 삶의 질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장애인이 휠체어 사용 등 자기 상황에 맞춰 편리하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전국 단 8곳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부터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사업을 시행했지만 수년째 목표가 달성되니 적은 한 번도 없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4년까지 100개'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칠게 계산하면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1곳당 33만명의 장애인을 맡아야 하고, 그마저 충청북도와 충청남도, 전라남도에는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이 한 곳도 없다. 건강검진이 쉽지 않은 상황은 병의 발견을 늦춰 같은 병이라도 장애인의 사망률이 비장애인 사망률보다 높게 만든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포함해 장애 자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인 특수학교 설치를 위해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곳이다. 장애인 자녀를 죽음으로 내몰고 뒤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도 계속 들려온다. 드라마에서 우영우를 향해 '왜 장애인이라서 배려해줘야 하느냐. 내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역정 내는 권민우를 보며 씁쓸해지는 이유다.
 
우영우의 유행이 '천재 우영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장애인'이라는 측면의 눈요기가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 증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김현주 경제부 기자 kkhj@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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