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3년 만에 계절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 경고등이 켜졌다. 이전과 달리 집단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조치들이 사라진 영향이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4689명으로 집계됐다. 7만~8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던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진 수치인데,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주말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쯤 신규 확진자 발생 규모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면서도 최대치는 25만~30만에서 약 20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재유행 규모가 당초 예상을 하회하더라도 위기는 여전하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본격화하면 고위험군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첫 발생 이후 전 세계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진 코로나19와 달리 독감은 남반구에서 먼저 유행한 뒤 북반구로 옮겨가는 특성을 보인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20일 이후 독감은 2년간 유행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트윈데믹이 발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강도 높은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들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외 다른 국가들 역시 코로나19가 주로 유행한 데 반해 독감은 큰 영향력을 보이지 않았으나 최근 호주가 트윈데믹으로 접어들어 예방접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호주 보건당국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5월 현지 독감 확진자는 6만5000여명으로 3년 전인 2019년 같은 달 세운 최고 기록보다 2배 더 많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서 올 겨울 트윈데믹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유행 규모나 영향력을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은 지난 2년 동안 유행하지 않아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이나 사적모임 제한 등이 없어 올 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뿐 아니라 중국 남부에서도 독감이 유행하고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와 독감 치명률을 비교하기도 하는데 올 겨울 트윈데믹을 겪어보면 어떤 게 더 심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트윈데믹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파급 효과는 낮게 봤다. 그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가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로 돌아갔기 때문에 올해는 분명히 독감도 같이 유행할 것"이라면서도 "고위험군에게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가 동시 침입하면 더 심하게 앓을 수 있지만 대부분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어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코로나19와 독감을 같이 검사하는 신속항원키트가 있어야 한다"며 "9월이면 독감 유행이 시작하는 만큼 코로나19와 독감 감염 여부를 동시에 확인하는 신속항원키트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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