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조선·철강업계가 후판값 하락을 예고한 가운데 비상경영을 선언한 포스코가 가격 방어에 고심하고 있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지난달부터 하반기 조선향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후판가 하락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하락된 원료 가격이 3분기 말 이후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조선사 공급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조선해양 역시 3분기 흑자 전환 요인으로 후판가 하락을 꼽는다.
다만 조선업계는 후판가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제철이 후판가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 많이 낮추지는 않았다”고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철강과 조선업계가 후판가 하락을 전망한 가운데 포스코의 가격 방어 여부가 관심을 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앞 선박. (사진=이범종 기자)
최근 조선사들의 적자에는 후판값 상승이 영향을 줬다. 후판값은 2020년 1톤(t)당 약 67만원에서 지난해 113만원대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20만원대로 올랐다. 지난해 조선사들은 후판값 상승분을 충당금 설정해 1조원대 적자를 냈다. 올해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한국조선해양 2651억원,
삼성중공업(010140) 2558억원,
대우조선해양(042660) 995억원이다.
하지만 원자잿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후판값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월10일 1t당 144.37 달러였다가 7월22일 98.18 달러로 떨어진 뒤 이달 10일 109.9 달러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포스코는 후판가 방어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POSCO홀딩스(005490)는 지난달 수요 위축과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밀마진(철강 판매가에서 주원료비를 뺀 값) 하락 방어에 총력을 쏟는다고 밝혔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예전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후판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고 하반기 후판가 상승을 이어가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후판값이 50만원대였던 2015년 철광석 1t 평균 가격이 55.71 달러로 지금의 절반 수준인 점도 후판가 방어 논리다. 철광석 가격 변동폭이 3개월마다 제품에 반영되므로 실시간 등락을 따르기도 어렵다.
포스코는 비상경영 방침인 밀마진 방어를 위해서도 후판가는 올리거나 동결하고 원가는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간 철광석 가격이 오른만큼 제품가격에 충분히 반영을 못했기 때문에 무조건 후판가 하락을 전제로 협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사 역시 비상경영을 이어가며 원자재가 인상에 대응하고 있어 후판가 줄다리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선박 계약 해지, 원자재가 인상과 인력부족, 최근 하청 노조 파업 대응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같은달 현대중공업그룹도 권오갑 회장 주재로 사장단 전체회의를 열고 경영 환경 악화 대응책을 논의했다.
산업계에선 하반기 후판가 협상이 8~9월, 늦으면 10월쯤 마무리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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