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이 보유 부동산을 감정가 대비 반값에 매각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재벌로 알려진 롯데그룹처럼 SC제일은행이 '세일&리스백' 방식으로 점포 건물을 매각 중이지만 '헐값'매각에 대해 은행 안팎에서는 곱지않은 시선이 우세하다. SC제일은행의 자산매각은 내주 시작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4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연수원, 지점 건물 등 총 27곳의 부동산을 매각했다. 지난해 은행 소유 점포건물 96개 가운데 24곳을 팔아 치운데 이어 올해도 이미 3곳을 처분했다.
<SC제일은행 지점 매각 추이>
은행측은 보유 부동산 매각자금으로 지점수를 100개 가량 추가로 늘리는 등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소매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보유 부동산 매각대금의 일부를 본국으로 빼돌린다는 이른바 '먹튀' 의혹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리처드 힐 행장은 이와 관련해 "100여개 지점을 늘리는 데 이 자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SC제일은행의 지점수는 지난 2005년 스탠다드챠더드에 인수된 후 정체상태를 보여왔다.
<SC제일은행 지점수 추이>
연도 |
지점수 |
05년 |
408개 |
06년 |
404개 |
07년 |
367개 |
08년 |
371개 |
09년 |
392개 |
10년(9월말) |
410개 |
같은 지점안에 가계금융과 기업금융이 각각 분리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지점수는 피인수 이후 오히려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최근 서울 개포동 지점을 95억원에 매각했다. 해당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이 최소 200억원선이었지만 은행은 반값도 채 못되는 95억원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동 지점을 인수한 '큰손' 투자자는 이를 담보로 은행측으로부터 75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돈 20억원 만으로 강남의 요지를 손 안에 집어 넣은 셈이다.
◇ 본국송금 통한 '먹튀' 의혹..MR계정 다시 '도마 위로'
자산유동화와 관련, SC제일은행의 회계문제가 재차 도마에 올랐다. SC제일은행은 2008년도 이익금 1100억원을 2009년도로 잘못 이월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실무자였던 제리스 리 현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내렸다.
SC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을 통해) 유동화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 수 없다"며 "외국계 기업이 본국으로 자금을 이체하는데 쓰이는 MR(Management Reallocation)계정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의문이 남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정무위 국감서 "여러 문제 따질 것"
SC제일은행의 이상한 자산 매각은 다음 주 열릴 국감에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오는 11일 금융위원회와 12일 금융감독원 감사 때 SC제일은행의 지점과 MR계정 처리문제를 따져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과도한 가계대출, 구속성 영업(꺾기), 회계 문제 등으로 여야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05년 인수된 후 상장 폐지되면서 상시적인 경영감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하겠다는 외국계 은행 취지와 달리 금리 장사와 가계대출 위주 사업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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