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8일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민주당 신임 대표가 31일 사무총장에 5선의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을, 정책위의장에 재선의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병)을 각각 임명했다. 두 사람 모두 이해찬계로, 현재 조 의원은 친이재명(친명), 김 의원은 친문재인(친문) 성향으로 분류된다. 특히 차기 총선 공천을 주도할 사무총장에 조 의원을 기용함으로써 당의 화합을 위해 계파를 안배하는 한편 친정체제도 함께 꾀했다는 평가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를 거쳐 사무총장에 조정식 의원, 정책위의장에 김성환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5선의 조 의원은 당의 살림을 총괄할 사무총장에 기용됐다. 지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시절 박영선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에 발탁된 이후 두 번째다. 5선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앞서 민주자유당 소속의 최형우 전 의원과 신한국당 소속의 박관용 전 의원이 '5선 의원'으로서 사무총장을 맡은 바 있다. 관례적으로는 주로 3선이 기용됐다. 박 대변인은 조 사무총장에 대해 "정치 경험과 당 경험이 풍부하고 당무·정무·정책 능력을 고루 갖췄다"며 "통합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도 평이 좋다.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 되기 위해서는 통합과 안정을 위한 사무총장이 돼야 하는데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해찬계에 뿌리를 둔 조 사무총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친이재명계로 거듭났다. 조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일찌감치 캠프에 합류, 총괄본부장 역할을 맡으며 이 대표를 도왔다. "될 사람을 밀어준다"는 이해찬 전 대표의 뜻에 따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를 통해 친문과 이 대표와의 앙금을 터는 데도 주력했다. 조 사무총장은 지난해 5월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의 조직인 '광장'을 이 대표 지원을 위한 '민주평화광장'으로 재편하고,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후 대선 본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총괄선대본부장 중책을 맡았지만, '이재명의 선대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직책에서 물러나며 쇄신의 길을 열어줬다.
이 대표 개인적으로도 조 사무총장에게 부채가 있었던 것이 사무총장 선임의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대선에서 있는 힘껏 이 대표를 도왔던 조 사무총장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이재명을 지켜온 찐 동지"임을 내세우며 이 대표의 지원을 믿고 당내 경기도지사 경선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 밖에 머물던 김동연 후보(현 경기지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경기도지사 팀이 통째로 김 후보 캠프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이 역시 이 대표의 김동연 지사에 대한 부채 때문이란 게 이 대표 측 설명이다. 이 대표는 대선 본선에서 김 지사와의 후보 단일화, 정치교체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지만, 대선 패배로 빛을 잃었다. 조 사무총장은 이에 대한 원망 한 마디 없이 이후에도 이 대표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해 9월10일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조정식 의원(왼쪽)과 정성호 의원이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방문해 이재명 후보의 지역 공약을 일부 공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앞서 정성호 의원의 사무총장 기용도 고려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자신이 당 안팎에서 '친명계 좌장'이라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이 대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고사했다. 정 의원은 전날 MBN 프레스룸에 출연해 "총선을 앞둔 공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사무총장을 제가 맡는다고 하면 언론이나 국민이 볼 때도 '이재명계가 독식한다' 또는 '정성호를 앞세워 전위부대를 만든다'고 하지 않겠느냐"며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과 함께 조 사무총장도 당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된다. 조 사무총장은 성향이 비슷한 정 의원과의 의사소통도 원활히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무총장은 또한 넓게 보면 범친문계다. 결국 이 대표가 조 사무총장을 기용한 것은 친문의 공천학살 우려를 잠재우면서도, 실질적으로 자신의 친정체제를 구축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때문에 조 의원의 사무총장 발탁은 이 대표의 절묘한 한 수로 평가된다. 당 사무총장은 차기 총선 공천을 주도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다. 원내외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당무감사권이 있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도 깊이 관여한다.
친문계 및 반명계를 포함한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조 사무총장 임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한 의원은 "(조 사무총장이)워낙 편향되지 않은 스타일이어서 당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데 적절한 인사다. 정책에 있어서도 경험이 많다"며 "당을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과)가까우면서도 당 전체를 아우르는 데 적절한 인사를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환 의원은 유임되며 정책위의장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 정책의 일관성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낸 친노(친노무현) 출신으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 노원구청장을 지냈다. 이후 이해찬 대표 체제 당시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박 대변인은 김 정책위의장이 재신임을 받은 것에 대해 "정책의 연속성에 가장 큰 방점을 뒀다. 정기국회가 다음 달 열리고 정책 추진에 가장 중요한 게 안정"이라며 "김 의원이 깊이 있게 아는 분이라 정책위의장으로 다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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