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A는 한 나무를 돌보는 일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나무는 열매는 안열리면서 해충만 꼬이는 골치덩어리였고, 결국 A는 이 나무를 돌보는 일을 B에게 떠넘기고 떠나버렸다.
하지만 B가 이 나무를 돌보기 시작한지 10년 만에 과실이 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나무가 튼실해서 앞으로도 더욱 많은 과실을 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A의 친척이라는 C가 나타나, 그 과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과연 타당할까?
여성가족부가 최근 온라인게임에 대한 규제권을 적극 주장하는 모습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앞서 말한 얘기가 된다.
원래 게임산업은 문광부 소관이 아니라, 보건사회부 소관이었다.
그러던 걸 1998년 당시 보건사회부가 관련 업무를 포기하면서 문광부로 넘겼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당시 게임은 온라인보다 오락실이나 불법 게임장이 더 큰 시장이었다”며 “불법게임장과 연관된 폭력조직으로 골치가 아프던 보건사회부가 게임 업무를 정보통신부에 넘기려고 했고, 정통부도 이를 맡지 않으려고 해 어쩔 수 없이 문광부가 떠안았다"고 말했다.
이후 보건사회부는 보건복지부로 바뀌었고, 그 업무 중 일부는 여성가족부가 맡고 있다.
그런데 여성부는 최근 보건사회부가 1997년 만든 청소년보호법에 온라인게임에 대한 규제 조항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몰입 등 폐해가 심각해 청소년보호법으로 적적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보호'를 앞세워 온라인 게임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여성부의 이런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지만, 다양한 게임산업 중에서 유독 온라인 게임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를 의심받고 있다.
돈 많이 벌고 말 잘 듣는 온라인 게임 관련 업체들만 영향권에 두고, 불법 게임장 등 골치 아픈 일은 나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 업계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으로 청소년이 병들고 가정이 파괴되기 때문에 이를 청소년보호법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불법 게임장 피해는 결코 그 보다 덜하지 않다"며 "그런데도 여성부가 온라인 게임에만 적극적인 이유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성가족부가 국회에서 발목을 잡아 스마트폰용 '오픈마켓'을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일부가 주장하듯,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부처 이기주의가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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