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해 고금리 기조 지속, 경기 침체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분양 시장이 올 들어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해 전국에서는 약 25만가구가 분양될 예정으로, 이는 지난해 대비 4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부동산 시장이 전방위적 냉각 흐름을 보이면서 상당수 건설사들이 물량을 줄이거나 사업 계획을 미룬데 따른 결과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청약을 통한 거액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분양 시장의 한파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303개 사업장에서 총 25만8003가구(민간임대 포함, 공공분양·임대 제외)의 민영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예측 물량 기준으로 2014년(20만5327가구) 이후 가장 적고, 작년(41만6142가구) 대비로도 38%나 급감한 수치다. 아울러 지난해 건설 업계가 실제로 분양한 30만4142가구보다도 15%나 적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11만6682가구, 지방 14만1321가구가 분양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수도권의 경우 경기 7만521가구, 서울 2만7781가구, 인천 1만8380가구 순으로 공급된다.
유형별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물량이 12만5065가구가 공급되며 전체 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자체 사업(도급 포함)을 통한 아파트 분양 물량도 10만9532가구로 42%에 달했다.
서울의 경우 눈에 띄는 정비사업 물량이 많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에서는 삼성물산이 시공한 '래미안라그란데' 전용면적 52~114㎡, 3069가구가 공급된다. 같은 구 휘경3구역에서는 GS건설이 '휘경자이디센시아' 전용 39~84㎡, 1806가구를 분양한다.
송파구에서는 '잠실진주'가 재건축된다.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며 267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또 현대건설은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을 재개발한 단지 2083가구의 공급에 나선다.
한편 경기에서는 전체 27% 정도인 7만521가구가 공급된다. 광명시 광명4구역에서 1957가구, 광명5R구역재개발에서 2878가구, 성남시 성남중1구역에서 1972가구 등이 분양될 예정이다.
올 한 해 분양 예정 물량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경기 침체 여파에 부동산 시장 경색 흐름이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공급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낮아지고 기존 집값의 가격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청약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거두기 어려워진 점, 원자잿값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 등도 물량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주택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흐름에서 건설 업계가 공격적인 분양 움직임을 보이기란 쉽지 않다"며 "게다가 금리의 추가적 인상도 예고돼 있는 등 여러모로 업계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분위기를 살펴보고 하반기 분양 전략을 수립하려는 건설사들도 많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분양 시장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하반기 분위기가 약간 반전될 여지도 생겼지만, 워낙 시장 자체가 침체돼있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단 상반기 동안은 위축된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추후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감소로 서울의 경우 물량이 조금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지방은 금리 인상에 따른 내성이 수도권에 비해 약해 분양 침체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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