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거든 금융사 지배구조…이 시점에 왜?
금융당국·정치권까지 내부통제·스튜어드십 강조
"정부 당연한 책무" vs. "우리금융 인선 영향 의심"
2023-02-03 06:00:00 2023-02-03 0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권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올해 금융회사 내부통제 내실화를 추진합니다. 대부분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해야한다는 원론적 주장에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일부에서는 우리금융회장 후보 인선 과정이 한창인 현재, 이를 강조하고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말들이 오갑니다.
 
2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포스코(005490), KT(030200) 등과 거대 금융회사와 같은 소유 분산 기업의 대표이사들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며 토착화하는 호족기업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KT와 포스코와 함께 금산분리된 신한, 하나, 우리, KB 같은 대형 금융사을 거론하며 "이런 회사들이 특정 개인의 연임 시도로 소수 CEO의 아성이자 참호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한 번 회장이 되면 인적·물적 자원을 총 동원해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수년간 임기를 셀프로 연장하며 거수기 이사회를 운영하면서 혁신에 뒤처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후 은행의 공공성은 운운하며 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해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데요. 윤 대통령은 이 자리서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설립 대신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위기 때는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했다.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다 스튜어드십도 언급했습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일컫는데요. 대표적인 국내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이 꼽힙니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통제권한을 가진 고위경영진과 임원의 최종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표이사에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이사회에는 이를 감독하도록 하며 임원별 책무구조를 명확화하는 내용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올해 상반기 내로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KT 이사회가 현 대표인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를 표한 일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스튜어드십과 은행 내부통제 강화를 구실로 정부가 다시 관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이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연임도전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이후 인선절차에 의문을 표한 것도 결국 정부와 맞는 인사를 회장 자리에 앉히려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오는 3일 추가 심층면접을 거쳐 4명의 후보 가운데 차기 회장 후보를 최종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의 내부통제 강화방안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방향은 원론적으로 맞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영향력을 끼치려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예대마진으로 올린 수익으로 내실을 기하지 않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에 대해 정부가 경종을 울리며 감시를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정부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옹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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