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어린이 안전 계획'발표에…교육계 "뒷북 대책보다 사전 예방 필요"
행정안전부, 학교 주변 통학로 조성·등하교 시간대 차량 통행 제한 등 추진
식중독 예방 위한 부처 합동 점검·어린이용품 환경 유해인자 실태조사도
교육계 "사고 발생 후 뒤늦은 대책 발표 소용없어…미리 대비해야"
2023-04-13 15:25:25 2023-04-13 17:57:22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학생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학교 주변에 통학로를 조성하거나 등·하교 시간대 학교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아울러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의 안전 펜스 실태조사와 점검에도 나섭니다. 지난 8일 대전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배승아(9) 양과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매번 사고 발생 뒤 뒷북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 학생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요인을 미리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학교 담장·화단 옮겨 통학로 만든다…스쿨존 내 어린이 보호 설비 설치 여부 점검도
 
행정안전부는 13일 교육부 등 중앙 행정기관 14곳·지방자치단체 17곳과 함께 범정부 차원의 '2023년 어린이 안전 시행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우선 정부는 학교가 희망하는 경우 담장이나 화단 등을 학교 안쪽으로 옮겨 이를 통해 확보한 부지로 통학로를 설치합니다. 학교가 통학로 부지를 제공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해 통학로를 조성하는 겁니다.
 
부지 확보가 여의치 않아 통학로를 설치하지 못할 경우 주변 양방통행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지정할 방침입니다. 대체 도로가 없어 일방통행으로 지정하지 못하는 곳은 등·하교 시간대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이와 함께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보호 설비 설치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어린이들의 식품 안전을 위해서는 '전문 어린이 급식 관리 지원센터'를 통해 위생·안전, 식생활 교육 분야별 우수 급식 관리 콘텐츠를 표준화할 계획입니다. 특히 식중독 예방을 위해 학교·유치원 집단 급식소와 식재료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관계 부처 합동 점검을 지난 3월에 이어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15일까지 한 차례 더 실시합니다.
 
오는 5월에는 어린이용품 2000개에 대한 환경 유해인자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환경보건법' 미적용 시설인 지역아동센터 등 600곳을 대상으로 환경 안전 진단과 어린이 활동 공간 관리 방법 등 맞춤형 교육 컨설팅도 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는 어린이 이용시설 종사자 안전 교육 대상을 기존 소규모 시설과 읍·면 지역 시설 종사자에서 학원 종사자까지 확대하고, 가상현실(VR)·확장 가상 세계(메타버스)를 활용한 안전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올해 안에 보급합니다.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주택단지·도시공원 장소에 수목원·과학관을 추가하고, 물놀이 기구 등 주요 어린이 제품의 안전 기준도 연내 개정·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학생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학교 주변에 통학로를 조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3년 어린이 안전 시행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표는 해당 계획의 주요 내용.(표 = 교육부)
 
교육계 "사고 뒤 급하게 내놓은 대책 미흡할 수밖에…사전 예방해야"
 
교육계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을 반기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표하고 있습니다. 매번 큰 사건·사고가 생겨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 그제야 뒤늦게 대책을 내놓는다는 겁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사후 대책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안전한 통학로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이번 대전 스쿨존 사고를 계기로 안전 펜스를 필수로 설치하는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보통 사고 같은 게 나기 전에 지역 주민이나 학부모 등이 관련 문제를 미리 지적한 경우가 많다. 정부는 사고 이후 대책을 발표하는 것보다 이런 부분들을 잘 살펴보고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특정한 사건·사고가 일어난 뒤에 급하게 준비해서 내놓는 대책은 대부분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그 전에 미리 예방하고 대비하는 게 더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학생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학교 주변에 통학로를 조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3년 어린이 안전 시행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 앞에서 경찰이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법규 위반 특별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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