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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3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저성장시대에 진입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이 여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매수자의 경우 자력성장보다는 외부 M&A로 인한 성장동력 확보 요구가 높아지고, 매도자는 저성장으로 인한 경영한계에 봉착하면서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기업 구성원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2030세대들의 M&A 인식이 긍정적이라는 점도 중장기적인 M&A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기업의 M&A는 대표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가 주식, 부동산 등 투자에 적극적인 주체로 자리 잡으면서 M&A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창걸 서현회계법인 시니어 파트너(사진=서현회계법인)
오창걸 서현회계법인 시니어 파트너는 중소 중견기업·프라이빗 M&A 서비스 분야를 개척해 온 전문가다. 2017년
에이블씨엔씨(078520)를 프라이빗 딜로 IMM PE에 매각한 건, 2022년 코스알엑스 지분을
아모레퍼시픽(090430)에 매각한 건, 최근 hy의 메쉬코리아 인수 건 등에서 자문을 맡았다. 이외에도 국방부, 통일부, 교육부 등에서 평가·자문위원 활동을 수행한 바 있다.
다음은 오 시니어 파트너와 일문일답이다.
-프라이빗 M&A란 무엇이며 어떤 장점이 있나?
△프라이빗 서비스는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각하고 싶은 회사나 매수하고 싶은 회사가 있을 경우 자문사에게 이를 의뢰해 M&A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실제 진행 시 절차는 공개 매각 절차와 유사하나 각 케이스별로 절차가 생략되기도 하고,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신속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매각 실패 시에도 사유가 공개되지 않아 선호도가 높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매도자는 M&A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 전략을 가져야 하나?
△매도자의 차별화 전략은 2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먼저 좋은 자문사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좋은 자문사란 해당 딜(Deal)을 담당하는 담당자의 경험과 능력이 관건이 된다. 특히 조직이 클수록 담당자의 편차가 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두 번째로는 얼마나 좋은 인수후보자를 발굴, 또는 발굴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좋은 인수자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딜을 클로징 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 매수자인가다.
-딜을 클로징 할 의지가 없는 매도자는 어떤 매도자인가?
△시간을 끌다가 마지막에 인수가격을 깎는다든지 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는 매수자 매수의지가 부족하거나 매수 후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경우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러한 것을 예측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결국 자문사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딜을 클로징 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 매수자인지를 예측하는 노하우가 있나?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오너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를 사고파는 것도 결국 오너의 결정에 의해서 움직이는 일이다. 이 때문에 오너의 사업 방향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이 M&A가 성공적으로 클로징 할 수 있는 인수자라는 걸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또, 평소 교류를 통해 이들의 캐릭터나 일하는 스타일 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기업가치에 대한 차이가 클 경우 대응 방법은?
△기업가치가 높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딜이 시작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인데 가격을 서로 맞출 수 있는 정도의 범위에 있을 때 M&A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처음에는 가격보다는 인수자의 평판, 임직원 승계 등 비계량 조건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필요조건이 되고 비계량 조건이 일부 필요조건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오창걸 서현회계법인 파트너(사진=서현회계법인)
-향후 기업이 성장동력으로 주목해야 할 산업과 해당 산업을 지켜봐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집중 관심 분야로 2차 전지, 반도체 소재·장비, 식품 등 K컬처 관련산업, 에너지, 항공우주 부품 등을 꼽는다. 특히 식품의 경우 BTS와 먹방 등으로 대표되는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식이라는 고유 정체성과 식품산업의 발전이 시너지로 합쳐져 성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식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과자, 식품, 베이커리, 치킨 등이 식품산업 전반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장기적 성장을 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업종이나 기업에 따라 가치평가가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무엇인가?
△기업의 가치는 이론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나 M&A관점에서 기업가치란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아서 시시각각으로, 또 회사마다, 산업마다 다르다. 특히 M&A진행 시 우리 같은 회계사가 열심히 인수 내지 매각가치를 산정했다고 해도 결국 기업가치는 상호 협상력이 누구에게 더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인수 당시에는 협상력이 약해 비싸게 인수했다 하더라도 인수자가 경영을 잘해 회사가 지속 성장시키고 있다면 인수가격은 저렴한 가격이 된다.
-자문사로서 가치평가 시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가?
△자문사의 자세는 매도자가 요구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가격과 비계량 조건을 이해하고 맞춰주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매도자 입장의 기업가치는 숫자나 기업 평가 방법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매도자가 기업을 창업하고 그 과정에서 매도자 본인 인생의 즐거움과 어려움이 함축된 결과물로서 기업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한 기업가치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넘어 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인수자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자문사를 평가하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향후 M&A 시장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나?
매수자 중심으로 시장 전환이 이뤄지고 SI(전략적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최근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율이 높아진 상황으로 회사를 판매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또한 불황기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인수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FI(재무적 투자자)보다 SI 투자자가 더 활력을 가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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