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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대환대출' 문 열자 은행에만 몰렸다
'고신용자 전용' 대환 플랫폼 지적
당국, 금융사별 취급한도 제한 해지
2023-06-06 06:00:00 2023-06-06 0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지난달 31일부터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가 가동했지만 은행 간 대출이동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들만을 위한 대환대출 서비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앞으로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 업권간 대출이동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은행 간 대출이동이 90% 차지
 
6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환대출 플랫폼 개시 후 지난 5일 오후 1시까지 6787건, 총 1806억원의 대출이 이동했습니다. 대출 이동 규모로만 보면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대환대출의 성격을 분석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분석한 대환대출 개시 첫날 금융사 이동 사례를 보면 은행에서 은행으로의 '은행 간 대출이동'이 이용금액 기준으로 전체 90.5%에 달했는데요. 금융당국 관계자는 "출범 일주일이 경과한 지금까지 그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환대출을 통한 금리 인하의 온기가 저신용자까지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대환대출 플랫폼 가동에 맞춰 관련 상품을 줄줄이 출시했지만 대출 심사까지 낮춘 것은 아닙니다. 대출 금리가 낮은 만큼 시중은행은 평가 기준이 엄격해 제2금융권을 이용해 온 저신용자는 거절 당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집니다.
 
당국 "금융사별 취급 한도 해지" 
 
그래픽=뉴스토마토
다만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대출이동을 통해 이자부담을 낮춘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털사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경로의 대출이동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1금융권 이용자만 플랫폼을 통해 혜택을 본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취급상품이 10억원 이하의 신용대출로 한정 △금융사별 대환대출 한도가 정해져있었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는데요.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수요가 몰리자 금융회사별로 설정한 한도를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금융위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범운영 기간인만큼 금융사가 새롭게 유치할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를 4000억원 또는 전년도 신규 취급액의 10% 이내 중 적은금액으로 제한을 둔 바 있습니다.
 
대환대출에 수요가 갑자기 몰릴 경우 금융회사별 한도가 조기 소진될 것으로 예상, 취급한도 제한을 해지한 것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대출자산의 실제 이동규모와 방향, 금융회사 건전성 등을 면밀히 점검해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편익을 모두 고려한 금융회사별 취급한도 관리방안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환대출 성패, 금리 경쟁 관건"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취급한도와 상품에 제한이 있는 상태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상품 출시를 하지 않고 있어 '빅뱅' 정도의 변화를 일으켰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성패를 단언하기 힘들지만 주담대로 상품이 확대되고, 취급제한(금액)이 풀리면 대환대출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대환대출 플랫폼 초기 고신용자 위주의 이동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며 연말 주담대로 상품이 확대될 경우 1금융 간 이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주담대의 경우 신용보다 담보를 기반으로 한 대출 상품이고, 대출금의 규모가 커 금융사별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초 은행간 금리 경쟁을 목적으로 한 것이 있었지만 초기, 고신용자 위주 대출 이동이 지나가고 나서 금융기관 간 금리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면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연말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시작된 이후 1금융권 간 이동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면서 "온라인대환대출 플랫폼 자체가 금리경쟁을 유도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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