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 잇따른 유상증자에 주주 우려 ↑
2023-07-11 06:00:00 2023-07-11 0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바이오·제약 기업이 자금 마련을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빈번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메자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상환전환우선주(RCPS) 대신 택하고 있는 것인데요. 기업가치 증대 목적보다 부채가 큰 상황에서 이뤄지는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에게 큰 비용을 유발하는 등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 프로스테믹스(203690), 파멥신(208340), CJ 바이오사이언스(31160), 노을(376930), 피플바이오(304840) 등은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유상 증자 뒤 대부분 주가 흐름은 좋지 못했는데요. 지난달 9일 자금 총 316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 증자를 결정한 에씨엠생명과학은 증자 이후 다음 거래일에 주가가 20% 넘게 빠졌습니다. 
 
CJ 바이오사이언스 지난 5월 역시 6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뒤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예상 발행가액을 2만100원에서 1만5350원으로 낮췄습니다. 이에 따라 예상 자금 규모 역시 104억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시가총액 대비 증자 규모는 40% 달했습니다. 
 
신약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특히나 자체적인 수익 창출원이 없는 경우 연구개발에 대규모 비용만 투입돼 자금난을 겪으면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구조가 지속돼 왔는데요. 이 사례가 점차 증가하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조달된 자금을 기업가치 증대에 투자하기보다 채무 상환에 쓴다는 점도 주주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과다한 차입과 현금 창출 능력 저하로 인한 불가피한 유상증자는 기업 전망이나 기업 가치를 변화시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가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2020~2021년 발행했던 전환사채(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기가 올해 본격 다가오는 점도 부담입니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얻기 어렵다고 본 투자자들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구는 현실화하고 있는데요.  한국유니온제약(080720), 네이처셀(007390), 안트로젠(065660) 등은 최근 사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로 BW와 CB를 만기 전에 취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2~3년 전 시장이 좋았을 때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무분별한 CB 발행을 하면서 현금을 토해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규제 강화와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자금 조달을 위한) 선택지가 줄다 보니 주주배정 증자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인실 특허청장이 지난 1월 경남 창원시 특허기반 연구개발 지원기업 독립바이오제약을 방문해 제품전시실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싀)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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