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가계 지출을 줄이려는 방안으로 통신·방송·인터넷 결합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결합할인은 통신시장의 현 경쟁구조를 고착화하는 근원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결합상품의 확산은 방송콘텐츠의 투자재원 확보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도 꼽힙니다. 통신사발 유무선·방송 결합상품을 의식해 유료방송업계가 유선·방송 결합상품의 할인율을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시장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증가를 제한하는 격인데, 결국 방송콘텐츠 산업의 재원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내 통신·방송·인터넷 결합상품 가입자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2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2016년 1675만건이던 결합상품 가입자는 2021년 1952만건으로 확대됐습니다. 유무선 결합상품은 2008년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초고속인터넷이나 통신 결합상품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2007년 정부가 지배적사업자의 인가대상서비스에 대한 결합판매를 허용하면서 본격적인 결합상품 경쟁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통신3사 사옥,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사)
결합상품, 통신3사 중심 경쟁 고착화…요금·마케팅 경쟁 둔화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요금할인을 받기 위해 결합할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결합상품이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구조를 고착화해 투자·요금·마케팅 경쟁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라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수준과 통신시장 경쟁촉진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이동통신시장 경쟁상황이 개선됐지만, 유무선·방송 결합서비스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굳어지고 있고, 이는 통신3사 중심의 시장 고착화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인수합병함에 따라 유무선·방송 결합서비스 중심 경쟁구조 고착화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통신3사 및 각사 계열사를 제외한 기타사업자의 주요통신서비스의 소매매출액 합계 점유율은 2016년 4.5%에서 2021년 2.9%로 감소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라성현 연구위원은 "경쟁구조의 고착화는 투자·요금·마케팅 경쟁을 약화시켜 국민 편익을 저하할 수 있다"며 "최근의 경기둔화 국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계통신비 지출 증가 경향에 대한 우려가 대두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판매점에 게재된 인터넷과 IPTV 결합할인 문구. (사진=뉴스토마토)
결합상품에 방송 ARPU는 제자리…방송시장도 악영향
결합상품의 확산은 방송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터넷(IP)TV는 통신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SO를 제압했습니다. 2012년 63.5% 점유율을 차지했던 SO는 10년만인 지난해 말 기준 35.11%로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IPTV는 24.1%에서 56.74%로 증가했습니다. 서비스의 경쟁력 차이로 인한 점유율 격차라기보다는 통신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전이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문제는 방송시장으로도 지배력을 키운 통신3사가 인터넷이나 방송상품을 통신서비스 판매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유료방송 시장 저가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바일 3회선·인터넷 1회선·IPTV 1회선을 3년 약정 기준으로 결합할 경우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결합할인율이 인터넷과 IPTV에 높게 책정되고 있습니다. 가령 모바일은 6~7% 수준이지만, 인터넷과 IPTV는 15~16% 정도로 나타납니다. 모바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터넷, IPTV 할인율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콘텐츠 제값받기를 어렵게 하는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콘텐츠 산업 내부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결합상품 및 광고제도' 보고서를 통해 "통신서비스를 기준으로 결합할인율을 설정하면 방송시장의 ARPU 증가를 통한 매출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방송사업매출의 한계는 국내 방송영상 콘텐츠 산업의 만성적인 재원부족을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도 "IPTV와 SO, 위성방송 등 3개의 플랫폼이 경쟁을 하면서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통신3사는 결합할인까지 내세우고 있다"며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질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콘텐츠 대가산정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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