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이면)②신청·수급자 7배 '폭증'…국세청 1명이 1129가구 관리
일선부서 차출로 '땜빵'…"부정수급 일일이 확인할 여력 없어"
2023-08-22 06:00:00 2023-08-22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국세청 내부에서 "근로장려금 수급자 중 최대 절반가량이 허수(부정수급)"라는 고발이 나온 배경에는 고용률에만 집착하는 정부의 관리감독 실패가 있습니다. 근로장려금 수급자와 지급액은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 국세청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징수행정 업무도 과중한 상황에서 근로장려금 업무를 위해 일선 부서에서 인력을 일시 차출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실정입니다. 국세청 내부 고발자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근로장려금 신청자와 수급자는 7배, 총지급액은 9배 늘었다"면서 "같은 기간 국세청 정원은 16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리감독에 구멍이 안 생기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국세청 1명이 수급자 1129가구 관리
  
근로장려금 제도가 도입된 2009년 신청자와 수급자는 각각 72만3937가구, 59만720가구였습니다. 2022년 신청자와 수급자는 각각 510만2300가구, 436만2325가구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14년 만에 신청자와 수급자가 7배 급증한 겁니다. 같은 기간 지급 총액 역시 4537억원에서 4조4447억원으로 9배 늘었습니다. 역대 정권마다 고용률 신장을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로 제시하면서 근로장려금 수급자와 총지급액도 '우상향'한 것입니다. 
 
근로장려금 규모 확대와 맞물려 국세청은 원활한 지급 업무를 수행하고자 3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합니다. 취재팀이 국세청에 인력현황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근로장려금 지급에 편성된 인력은 2014년부터 존재가 확인됩니다. 2014년 1491명이 배치됐다, 2015년 3259명으로 보강됐습니다. 이후 7년 동안 3000명 선이 이어졌습니다. 2022년에 편성된 인원은 386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2022년 기준 국세청 인력 1명이 수급자 1129가구를 관리하는 겁니다.  
 
세종시 국세청 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전담인력 아닌 일선부서 인원 조달…임시방편 '미봉책'
 
'꼼수'도 숨어 있습니다. 국세청은 근로장려금 업무를 위해 직원을 배치했다고 하지만 이들은 전담 인력이 아닙니다. 국세청 내부 고발자는 "근로장려금 업무만을 위해 인력을 증원한 게 아니라, 일선부서에서 인원을 빼서 일을 맡기는 것"이라며 "매년 5월 근로장려금 신청 시즌이 되면 일선부서에서 손이 모자라 난리가 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2014년에는 소득세과, 2015년부터 2022년까지는 소득세과, 부가가치세과 직원들이 근로장려금 업무를 추가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세청 정원은 2009년 2만5명, 2022년 2만1584명이었습니다. 14년 동안 1579명 늘었습니다. 국세청 설명대로 근로장려금 업무를 위해 3000명대 인력을 편성했다면, 정원도 그만큼 늘어나야 합니다. 2009년 국세청 정원이 2만5명, 2022년 근로장려금 업무 인력이 3862명 배치됐다면 2022년 국세청 정원은 2만3867명이 되어야 합니다. 내부 인력을 빼서 근로장려금 업무를 맡긴 걸로 봐야 이 같은 수치 차이가 설명됩니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근로장려금 제도가 확대되면서 신청·지급·민원 건수가 늘었는데, 직원들 숫자가 적어서 응대에 다들 힘들어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근로장려금 허수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법인 대표는 "근로장려금 신청만 하더라도 국세청에서 인력이 부족해 원활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인데, 부정수급을 일일이 확인할 여력은 당연히 없다"며 "국세청은 신고된 소득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부정수급자가)작정하고 속이려고 한다면 제대로 잡아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김낙회 전 관세청장 역시 "국세청은 1990년대부터 행정시스템이 전산화됐고, 직원들로서는 전산상으로 출력되는 소득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다"며 "근로장려금 신청자, 수급자를 일일이 만나고 현장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국세청 차원에서도 징수행정 업무가 너무 거대해져서 설사 컴퓨터에 표시되는 전산 데이터 중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엄두를 못 낼 것"이라며 "부정수급 문제로 국세청 직원들이 굉장히 골머리 앓는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전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나마 접수되는 근로장려금 부정수급 신고·제보도 과세당국 차원에서 조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취재팀은 격무에 시달리는 일선부서의 인원들이 미봉책으로 근로장려금 업무에 동원되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된 것에 대해 국세청에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근로장려금만 아니라 국세청, 나아가 공무원 조직 인력은 늘상 다 부족하다"며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현장에 나가지 않거나 하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확인이 필요한 건 다 확인한다"고 해명했습니다.(계속)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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