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이면)③"고용률 떨어질까·표심 무서워 수수방관"
"근로장려금 중단시 고용률 하락"…'일자리' 사활 건 정부 딜레마
2023-08-23 06:00:00 2023-08-23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근로장려금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부정수급 사례가 빈번하고 브로커까지 활개 치지만, 정작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근로장려금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저소득층의 노동 참여를 촉진,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건 역대 정부들 모두 고용률 하락을 우려, 제도를 손볼 생각조차 못 한다는 겁니다. 
 
취재팀과 만난 국세청 내부 고발자는 "근로장려금 지급을 전담하는 국세청은 물론 기획재정부, 대통령실도 이 제도가 굉장히 문제가 많다는 걸 잘 안다"면서 "그런데 근로장려금 제도를 손보게 대면 혹시라도 일자리에 영향을 줄까, 고용률이 떨어질까 무서워서 못 건드린다. 방치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연구원 "근로장려금 중단하면 고용률 하락"
 
근로장려금이 고용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9년 '최저임금제와 근로장려세제의 관련성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장려금 지급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근로장려금에 관해 "근로에 참여하지 않는 저소득층 노동자의 근로 참여를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해외의 선행연구도 인용, "근로장려금이 비숙련 노동자의 노동공급을 늘린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노동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주된 일자리 중고령층 노동시장 연구' 보고서를 보면 "근로장려금은 노동시장 참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조세정책으로, 대상자들의 노동공급 유인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라며 "근로장려금을 중단하면 단독가구 고령층의 노동 공급은 하락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시뮬레이션을 통해 "근로장려금을 중단하면 고령층 단독가구의 고용률 남성이 3.7%포인트, 여성이 5.4%포인트 낮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2월8일 김창기 국세청장이 충북 청주시 오송첨단진행재단에서 '오송생명과학단지 현장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19년 낸 '주요 선진국 근로장려금 제도의 영향평가 및 시사점'에도 "근로장려금은 근로소득이 있어야 수급대상으로 하고, 지급 산정액이 근로소득에 연동되므로 근로유인을 높인다"고 짚었습니다. 
 
즉, 근로장려금은 근로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노동자들을 직접 지원함으로써 고용률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학술적 결론입니다. 근로장려금 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할 경우 고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집니다. 
 
정부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근로장려금 제도가 첫 시행된 2009년 이래 수급자와 총지급액 규모는 계속해서 늘었습니다. 2009년과 비교해 2022년 수급자는 59만720가구에서 436만2325가구로, 총지급액은 4537억원에서 4조4447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에 지난 4월 일부 언론이 '세수 부진으로 근로장려금과 세액공제 등이 축소·폐지될 수 있다'고 보도하자 기재부는 즉각 "축소·폐지할 계획이 없다"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습니다. 
 
"역대 정부마다 고용률에 사활…정책 검증 없이 규모만 비대"
 
이에 대해 국세청 내부 고발자는 "근로장려금 제도가 첫 도입될 때만 해도 복지망을 확충하자는 명분과 필요성이 있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역대 정부가 복지실적 쌓고 고용률 높인다는 미명 아래 정책 효과 검증은 등한시한 채 덩치만 더 키워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권으로선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긴 안목에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유권자만 의식하고, 고위 공무원들은 소신보다는 복지부동이 뚜렷하고, 이런 것들이 복합되면서 정책 효과를 검증해서 제도를 수정하거나 최적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근로장려금 수급자와 총지급액은 이명박정부→박근혜정부→문재인정부→윤석열정부를 거치며 꾸준히 우상향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소득주도성장'을 내건 문재인정부에서 규모가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됩니다. 2009년 이후 근로장려금 규모를 보면, 수급자는 2018년 179만3234가구에서 2019년 410만2022가구로 2배 뛰었습니다. 총지급액 역시 2018년 1조3381억원에서 2019년 4조5049억원으로 3배 증가했습니다. 
 
국세청 내부 고발자는 "근로장려금을 대폭 축소하거나 차라리 폐지하자는 말이 나와도 고용률이 떨어질까 무서워 아무도 못 건드린다. 대통령실 수석이든 장관이든 국장이든 다들 쉬쉬 하며 넘어가는 입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국세청 직원들이 근로장려금 제도의 허점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에선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면서 "'세무법인이나 인력사무소 등이 브로커들까지 두고 조직적으로 부정수급이 생긴다'고 보고해도 위에선 눈치만 주고 무시한다. 오히려 선심성 정책만 골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국세청 출신인 한 세무사는 "고용률 그 자체보다는 표심이 무서워서 제도를 손볼 생각조차 못한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급자에게 '수급 조건이 바뀌어서 돈을 못 주게 됐다' 또는 '지급액이 줄어들었다'라고 하면 가만히 있겠나. 십중팔구 거칠게 민원을 제기하고 정부에 난리를 친다"면서 "면밀히 제도를 살피지 않고 계속 규모를 확대한 데다, 한 번 돈을 주기 시작하면 중간에 지급을 멈추기 어렵다는 구조적 특성이 제도의 빈틈을 만들고 브로커까지 생기는 부정수급을 낳는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표심 무서워 혈세 '줄줄'…결단 있어야"
 
국세청 내부 고발자는 일부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정책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고 부정수급 등 허수가 많은 근로장려금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금이 계속해서 새는 것을 방지하고,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복지정책 재원을 늘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그는 "총소득 3800만원 미만의 맞벌이 가구가 연 330만원의 근로장려금을 받는데, 한 달에 27만원꼴"이라며 "이 돈을 차라리 대학 입학시 등록금으로 지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2022년도에 근로장려금 총지급액을 대충 4조5000억원으로 잡고, 같은 해 전국 대학(국·공립대, 사립대, 전문대 등) 신입생이 43만명 정도니까 4조5000억원을 신입생들에게 주면 1인당 1050만원씩 돌아간다"면서 "대학 무상교육이 가능한 액수"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는 근로장려금 제도의 정책 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해서 재정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고 점검해야 한다"며 "일자리상황판 등 전시행정과 실적 지상주의에만 빠져 혈세가 낭비되었던 이전 정부의 전례가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3월31일 김영선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취재팀은 정부가 근로장려금 부정수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제도를 손보지 못하는 이유가 '고용률에 손상이 갈까', '표심을 의식해서'라는 내부 고발이 나온 것에 관해 국세청에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우리 소관이 아니라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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