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핵심기술 유출 전 LG엔솔 임원 재판행

320여건 자문으로 9억8000만원 받아 챙겨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국내 최대 2차 전지 개발·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의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전직 임원이 재판에 넘겨졌습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이성범 부장검사)는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의 전직 임원 정모(50)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씨는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2차 전지 관련 국가핵심기술 1건을 포함해 영업비밀 16건을 촬영해 자문중개업체 가이드포인트에 유료 자문 형식으로 영업비밀 24건을 누설한 혐의를 받습니다.

 

자문료 약 4000만원을 차명 계좌로 송금받는 등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도 적용습니다.

 

정씨는 영리목적의 자문 행위를 금지하는 회사 내부 공지가 뜨자 가명을 만들어 자문을 수행습니다. 자문중개업체로부터 실명 인증을 요구받자 동생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촬영한 뒤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동생의 이름을 가명으로 변경했습니다.

 

검찰은 정씨가 영업비밀을 누설하며 구두 자문은 시간당 평균 1000달러, 서면 자문은 1건당 최소 3000달러 등 320여건의 자문으로 약 9억8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검찰은 정씨가 영업비밀을 21차례 누설하도록 방조한 혐의로 자문중개업체 전 이사인 최모(34)씨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자문중개업체를 매개로 영업비밀을 유출한 신종 범행 수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쟁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거나 이직 과정에서 직접 내부 기밀을 빼돌리는 통상적인 영업비밀 유출과는 달리, 자문의뢰자(고객사)가 자문중개업체를 통해 특정회사 전·현직 임직원들(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고 자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업비밀을 탈취하는 수법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국내 자문중개업체도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통제장치 없이 자문중개 가능성이 높아 유사 사례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