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부가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참석 교사들에 대한 징계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강경 대응 방침을 유지하다 교육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단 한발 물러선 모양새입니다. 교사들의 집회가 계속해서 이어질지를 두고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교육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 → "징계 없을 것"
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당일인 전날 오전까지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집회에 참여하는 교사 수가 증가했지만 교육부의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계획을 밝힌 뒤 세운 교육부의 원칙은 '엄정 대응'이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사들이 연가·병가를 사용해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국가공무원법상 집단 행위 금지 의무 위반으로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알린 뒤 강경한 기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집회 참여 교사들의 징계·파면·해임 등과 같은 조치는 물론 형사 고발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습니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시·도교육감과의 간담회 도중 "관련 법령에 따르면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위한 학기 중 임시휴업일 지정과 교사의 연가·병가 사용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이후 교육부가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 부총리는 전날 밤늦게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추모 행동을 하신 교사들에 대한 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이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원단체 간담회'를 통해서도 "추모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며 "교육당국이 선생님들을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원단체 간담회' 도중 "교육당국이 선생님들을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사진 = 뉴시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평일임에도 5만명 참여하면서 분위기 고조
이러한 교육부의 입장 변화는 교사들의 추모 열기가 갈수록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시 초등학교 교사 2명이 세상을 떠난 게 알려지면서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전·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 약 20만명이 모였습니다.
여기에 지난 3일에도 경기도 용인시 한 고등학교의 6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돼 4일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도 한층 달아올랐습니다. 해당 집회에는 교사와 시민을 합쳐 주최 측 추산 약 5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주말이 아닌 평일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대통령의 지시도 교육부의 입장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주말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겨서 교권 확립과 교육 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교육부로서는 관련된 법을 준수할 필요가 있지만 그 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교육 현장과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고려해 교육부도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교육부의 징계 의사 철회에 교육 현장은 즉각 반색했습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현장의 추모 열기와 절절한 외침을 받아들인 결정"이라면서 환영 의사를 표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교사들의 단결된 행동으로 정부의 탄압을 막아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교사들의 추가 행동이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단 7주째 매주 토요일에 이뤄졌던 국회 앞 집회가 오는 9일에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운영진 관계자는 "교사 커뮤니티에 집회 제안자가 있으면 매주 다른 운영팀을 꾸려 진행해 왔는데 아직까지 9일 집회를 제안한 사람은 없다"며 "이후 집회 실시 여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사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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